무상보육료 국고보조 정책 장기 표류
수정 2013-09-13 00:34
입력 2013-09-13 00:00
정부는 지자체 설득 못시키고 지방정부는 “법안대로” 강조
“바깥에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힘들겠네요.”(박원순 서울시장)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소재 음식점에서 있었던 기획재정부, 안행부 등과 시도지사협의회 임원단 간 회의 말미에 나온 대화다. 회의에서 나온 박 시장은 취재진에게 “정부가 서울시의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20%에서 30%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국고보조율을 40%로 높이지 않으면 매년 서울시가 3700여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기재부와 안행부는 이날 회의까지 세 차례 지자체에 정부안을 설명하고 12일 지방재정 재원 조정 방안을 최종 발표할 계획이었다. 발표 이전까지 일정은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박 시장 발언 이후 예정대로 발표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다른 부처들은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고 했지만 기재부는 10일 밤늦게까지 이 문제를 놓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일정을 무기한 미루기로 했다.
다음 날(11일) 정부는 사전 브리핑 일정과 공식 브리핑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모든 부분에서 협의를 좀 더 충분히 하겠다”는 게 공식적인 취소 이유인데 사실상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의견 조율이 실패했음을 인정한 셈이 됐다. 기재부 내에선 내년 지방선거 등 지방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앞서 발표한 세법 개정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전례가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재정 조정 방안을 외부에 밝힌 박 시장의 회의 참석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시도지사협의회 임원이 아닌 ‘옵서버’ 자격으로 박 시장이 참석하는 과정에서 당초 비공개였던 회의 장소와 시간이 실시간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음 주 추석 연휴 일정 등을 고려하면 지방재정 재원 조정 방안 발표는 월말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앙·지방정부 간 이견과 중앙정부의 ‘몸 사리기’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향후 합의 도출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안은 영유아보육료의 국고보조율을 현행 서울 20%→30%, 나머지 지역 50%→60%로 각각 10% 포인트 높이는 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인상률(서울 20%→40%, 나머지 지역 50%→70%)의 절반 수준이다. 지자체는 개정안과 같은 20% 포인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안행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안에는 지방재정을 보전할 다른 방안도 다수 담겨 있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2013-09-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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