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금 쪼개 불우학생에게 용돈… 금천의 ‘천사’ 할머니

김동현 기자
수정 2016-03-23 00:13
입력 2016-03-22 22:40
시흥3동 토박이 정해순 할머니
최근엔 시신 기증 서약까지
금천구 시흥3동에서 30년간 살아온 정해순(77) 할머니는 매월 생계급여와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생활하는 홀몸 노인이다. 혼자 살아가기도 빠듯하지만 그는 주변 불우청소년들에게 3만원에서 5만원까지 용돈을 주고 있다. 정 할머니는 “힘들 때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 생활도 넉넉하진 않지만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돕는 일이니 생각만 해도 즐겁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노인일자리 사업에 지원해 지하철 길안내 일을 했던 정 할머니는 올해 건강 문제로 집에서 쉬고 있다. 벌이가 줄어 나눔도 줄일 법하지만 정 할머니는 “내 지갑이 홀쭉해지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외려 “지난해 용돈을 5만원까지 주곤 했는데 요새는 1만원 정도밖에 못 주어 많이 아쉽다”며 학생들을 걱정했다.
할머니에게 도움을 받는 A군(15)은 “생활비를 쪼개서 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가끔 해주시는 반찬이 참 맛있다”면서 “나도 꼭 다른 이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 할머니는 지역의 청담복지관, 노숙인을 돌보는 영등포 요셉의원에도 매월 1만원씩을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시흥3동 주민센터를 통해 공동모금회에 10만원을 후원했다. 2010년 다리가 부러져 움직일 수조차 없었을 때 지역 복지관, 시흥3동 주민센터, 주변 이웃들이 도왔던 것을 떠올리며 “이제 나았으니 내가 도와야 한다”고 했다.
정 할머니는 얼마 전 시신 기증 서약도 했다. 그는 “나 죽으면 내 몸을 기증해서 허준보다 더 실력 있는 의사를 만드는데 사용하라고 기증했다”며 “무섭거나 후회하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즐겁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6-03-2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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