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압장치 고장, 고도 낮춰 20분 비행 강행 “공포에 질려 실신까지”
이보희 기자
수정 2015-12-23 23:18
입력 2015-12-23 22:27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제주항공 여압장치 고장’
제주항공 여압장치 고장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제주항공이 여압(기내 압력조절) 장치가 고장 나자 8000m에서 2700m로 고도를 낮춰 목적지인 제주공항까지 20분여 비행을 강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23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0분 승객 150여 명을 태우고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운항하던 항공기(7C 101)의 여압장치가 고장 났다.
조종사는 항공기의 운항 고도를 2만6000피트(ft)에서 9000피트로 강하해 한 시간여 뒤인 오전 7시 37분 제주공항에 정상적으로 도착했다.
제주항공 여압장치 고장으로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압력변화로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고 산소마스크까지 떨어져 다른 이상이 있는지 공포를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에 따르면 이륙 후 20분쯤 지나 소음도 없는데 고막이 터질 듯한 통증을 느꼈다. 어린이들은 울음을 터트렸고, 어른들은 귀를 부여잡고 승무원들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승무원들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승객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산소마스크 착용을 당부했다. 그러나 상당수 산소마스크에서 산소 공급이 안 돼 일부 승객들은 자리를 옮겨 다른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같은 상황이 30분가량 지속되자, 일부 승객들은 실신 상태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 윤모(57·여)씨는 “기내 안에서는 고무 타는 냄새가 나고 사람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 실신한 표정이었다”면서 “살아서 내린 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모(58)씨는 “온몸이 저리고 속이 울렁거리며 구토를 느꼈다. 일부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내린 뒤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여압장치 고장 사고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도착 20여분을 남기고 일어난 상황으로 제주공항이 가까이 있어 기수를 돌리지 않고 비행을 이어갔다”며 “제주공항에 정상 착륙해 안정을 원하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처치를 했다. 여압장치 고장 원인을 밝힐 때까지 해당 항공기의 운항을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사진=서울신문DB(제주항공 여압장치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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