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1조 달러’ 선물에… 트럼프 ‘암살 의혹’ 면죄부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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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수정 2025-11-20 00:48
입력 2025-11-20 00:48

사우디 왕세자, 7년 만에 美 방문
대미 투자 4000억 달러 추가 약속
트럼프 “친구라 영광” 국빈 예우
‘카슈끄지’ 언급엔 불쾌감 표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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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가운데) 왕세자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양자 정상회담에서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대미 투자액을 1조 달러(약 1460조원) 규모로 늘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F-35 전투기 판매, 원자력에너지 협력을 약속하는 등 양국 간 경제·방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워싱턴DC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가운데) 왕세자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양자 정상회담에서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대미 투자액을 1조 달러(약 1460조원) 규모로 늘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F-35 전투기 판매, 원자력에너지 협력을 약속하는 등 양국 간 경제·방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워싱턴DC AP 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지도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7년만에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1조 달러(약 1460조원)의 ‘통 큰’ 투자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최첨단 F-35 전투기 공급을 약속하고, 빈 살만 왕세자를 국제적으로 고립시켰던 반정부 언론인 암살 사건이 그와 무관하다고 두둔했다. ‘오일 머니’를 앞세운 빈 살만 왕세자의 구애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미국과 사우디의 밀착이 한층 가속화됐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빈 살만 왕세자를 국빈급 대접으로 맞았다. 의장대 도열과 군악대 연주 속에 직접 빈 살만 왕세자를 영접했고, 미 전투기는 백악관 상공에서 환영 비행을 펼쳤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정상회담과 달리 오찬에 이어 120여명의 인사를 초청한 공식 만찬까지 주재했다. 만찬 자리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우디 프로축구에서 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 FC)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자회담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매우 존경받는 분” “나의 오랜 친구”라고 추어올렸다. 빈 살만 왕세자도 환대에 화답하며 “대미 투자를 기존 6000억 달러(879조원)에서 1조 달러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당시 약속했던 금액보다 4000억 달러를 추가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과 친구가 된 것은 큰 영광”이라며 F-35 전투기 판매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어 ‘사우디에 판매할 F-35가 이스라엘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성능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두 나라 모두 훌륭한 동맹국이다. 모두 최고 사양을 받을 만한 수준이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가 배후라는 의혹을 받는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해서도 “그(빈 살만 왕세자)는 아무것도 몰랐다”며 적극적으로 감쌌다. 빈 살만 왕세자를 비판해 온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튀르키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암살당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빈 살만 왕세자를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판단했고 이후 오랜 전략적 협력 관계였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에게 공개적으로 면죄부를 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건을 질문한 ABC방송 기자에게는 “가짜 뉴스다, 방송사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 임주형 특파원
2025-11-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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