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분노, 세계를 흔들다…네팔서 마다가스카르까지 확산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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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6 16:07

입력 2025-10-16 16:07

부패·불평등에 맞선 세대의 봉기…‘원피스 깃발’ 아래 세계로 번진 저항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13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인기 일본 만화 ‘원피스’의 해적단 로고를 변형한 대형 깃발을 들고 앙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Z세대 시위대’는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시위 중 희생자들을 추모했고, 일부 군인과 경찰도 이에 동참했다. AFP 연합뉴스

히말라야부터 안데스산맥, 아프리카 섬나라까지 세계 곳곳에서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시위가 번지고 있다. 부패한 정치권과 불평등, 경제 불안에 맞선 젊은 세대는 거리로 나서며 각국 정권을 흔들고 있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마다가스카르 Z세대 시위대의 봉기가 군부 반란으로 이어지며 대통령이 축출됐다”며 “이 같은 젊은 세대의 분노가 네팔, 인도네시아, 케냐, 페루, 모로코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다가스카르, 청년 시위가 정권 무너뜨려

마다가스카르의 앙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왼쪽)과 부인 미알리 라조엘리나 여사가 2020년 11월 6일 수도 안타나나리보의 만자카미아다나 왕궁 베사카나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25년 10월 14일 마다가스카르 하원은 ‘직무 유기’를 이유로 라조엘리나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으며 대통령실은 이를 “법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AFP 연합뉴스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12일(현지시간) 최근 반정부 시위 중 숨진 시위대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자 군인들이 시민들의 인사를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앙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은 청년층 시위와 군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났다. 시위대는 자신들을 “마다가스카르 Z세대”라 부르며 잦은 정전과 단수 사태에 항의하다가 부패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군부 지도자는 15일 “내가 대통령직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수주간 계속된 시위가 결국 정권을 무너뜨렸다.

비슷한 움직임이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팔, 페루, 모로코, 케냐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각국의 원인은 다르지만 청년 실업과 불평등, 권력층 부패가 공통된 분노의 뿌리다.

영국 비영리단체 ‘소셜 체인지 랩’의 샘 나델 국장은 “전통 정치 시스템이 젊은 세대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며 “부패와 기후변화 경제 불평등 같은 핵심 의제가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자 없는 연대’로 확산하는 세대 저항

9일(현지시간)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청년들이 주도한 반부패 시위 참가자들이 교육·보건 개혁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의 에콰도르 대사관 앞에서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모로코의 ‘Z세대 212’는 복지와 교육 투자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페루에선 연금 개혁 반대가 반부패 운동으로 번졌고 인도네시아는 의원 특권과 물가 상승 논란으로 내각을 교체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와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방탄조끼를 입은 한 시위자가 경찰에게서 빼앗은 방패를 들고 정부청사 ‘싱하두르바르’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네팔 청년 시위대가 일본 만화 원피스 속 ‘밀짚모자 해적단’ 깃발인 졸리 로저를 내걸고 부패한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깃발에는 ‘지금이 때다’(The Time Is Now)’와 ‘깨어나라 네팔’(#WakeUpNepal)이라는 문구가 함께 적혔다. 페이스북

네팔의 시위는 총리 사임으로 이어지며 ‘Z세대 항의’의 정점이 됐다. 시위대는 “2022년 스리랑카와 2024년 방글라데시 정권 붕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다가스카르 시위대는 “네팔과 스리랑카의 운동이 용기를 줬다”며 “정권 교체는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원피스’ 깃발, 부패 정권에 맞서는 상징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14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앙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 시청 앞에서 12일(현지시간) 청년들이 일본 만화 ‘원피스’의 해적단 로고를 변형한 대형 깃발을 내걸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군부 일부가 반란을 일으켜 모든 군사 권력을 장악하겠다고 선언했고,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불법적인 권력 찬탈 시도”라고 비판했다. AFP 연합뉴스

시위 현장 곳곳에는 일본 만화 ‘원피스’의 밀짚모자 해적단 깃발이 휘날린다. 검은 바탕에 해골이 그려진 이 깃발은 부패 권력에 맞서는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네팔 시위대는 정부청사 싱하두르바르 정문에 깃발을 걸었고 또 인도네시아·필리핀·모로코·마다가스카르에서도 같은 깃발이 등장했다.

페루 수도 리마의 산마르틴 광장에서 만난 전기 기술자 다비드 타푸르(27)는 “우리는 부패한 정치인들과 싸우고 있다”며 “대통령이 바뀌어도 국회와 결탁한 권력 구조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 남용과 부패, 시민의 희생이 우리의 분노 이유”라고 덧붙였다.

SNS로 모이고 세계로 번진다Z세대 시위대는 디지털 세대답게 소셜미디어(SNS)를 무기로 삼는다. 네팔 정부가 주요 플랫폼을 차단하자 시위대는 우회 접속으로 활동을 계속했고 틱톡과 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에서 정치인 자녀의 사치 생활을 폭로하며 시위를 조직했다. 일부는 디스코드에서 임시 지도자 후보를 논의했다.

네팔 시위 참가자 유잔 라즈반다리는 “디지털 공간이 우리를 하나로 묶는다”며 “국경을 넘어 우리는 같은 세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Z세대 운동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세대를 깨우는 변화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윤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