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가 상사에 3000억?” 트럼프의 ‘셀프 배상’ 논란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0-22 19:38
입력 2025-10-22 10:36

전례 없는 이해충돌…자신을 수사한 기관에 거액 보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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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디왈리(힌두교 명절) 행사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디왈리(힌두교 명절) 행사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상대로 한 연방정부 수사가 부당했다며 법무부에 2억3000만달러(약 3287억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하는 행정부에 거액의 배상을 요구한 것은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다.

“나라가 나에게 돈 줘야”…트럼프, 직접 청구 인정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행정청구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소송 전 합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절차다. 법무부가 이를 거부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그렇다. 그들이 나에게 많은 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돈을 원하지 않는다. 자선단체에 주겠다”며 “나라로부터 돈을 받게 된다면 백악관 복원이나 좋은 일에 쓰겠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그들이 선거를 조작했다”며 여전히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수사·마러라고 압수수색은 불법”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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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논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논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는 2023년 말 첫 청구에서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과 트럼프 캠프의 연루 여부를 조사한 연방수사국(FBI)과 특별검사 수사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4년 여름, FBI의 2022년 마러라고 자택 압수수색이 사생활 침해였다며 두 번째 청구를 냈다. 이어 법무부가 자신을 “악의적으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청구를 수용하면 보상금은 세금으로 지급된다. 합의가 이뤄져도 법무부는 이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NYT는 “트럼프가 수억 달러를 받더라도 합의 사실이 즉시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승인권자 대부분 트럼프 측근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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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팸 본디 법무장관(왼쪽)이 10월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토드 블랜치 법무부 차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팸 본디 법무장관(왼쪽)이 10월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토드 블랜치 법무부 차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법무부 지침에 따르면 400만 달러(약 57억원) 이상 보상금은 차관이나 차관보의 승인이 필요하다. 토드 블랜치 현 법무부 차관은 트럼프의 ‘성 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에서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스탠리 우드워드 주니어 법무부 민사담당 차관보는 트럼프의 기밀문서 사건에서 수행비서 등 함께 기소된 공동 피고인들을 변호한 경력이 있다.

베넷 거슈먼 페이스대 윤리학과 교수는 “트럼프를 보좌하던 사람들이 트럼프의 청구를 판단하는 것은 명백한 윤리적 충돌”이라면서 “법무부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과거 자신을 수사한 정부를 지금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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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유 일정으로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자신의 골프장을 둘러보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유 일정으로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자신의 골프장을 둘러보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EPA 연합뉴스


로이터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을 수사한 바로 그 연방정부를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가 여전히 “정치적 마녀사냥”을 주장하며 대통령직을 통해 과거 자신에게 책임을 물었던 기관들을 정치적으로 재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MSNBC는 “이번 사안은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다”며 “트럼프가 자신을 기소했던 법무부를 통제한 뒤 그 법무부에 세금으로 배상금을 요구하는 것은 헌정질서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법무부 “윤리지침 따르겠다”챗 길마틴 법무부 대변인은 “법무부 모든 인사는 직업윤리 담당관의 지침을 따른다”고 밝혔다. 다만 MSNBC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7월 법무부 최고 윤리담당관을 해임하면서 감시 체계가 약화했다고 전했다.

“트럼프식 사법정치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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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측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조작된 수사와 정치적 마녀사냥으로 피해를 보았다”며 “정당한 보상 청구”라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하는 정부에 수억달러를 요구하는 것은 법치 질서를 흔드는 초유의 사례”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NYT는 “사법권과 행정권이 한 개인에게 집중될 때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시험대”라고 평가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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