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당뇨 있으면 미국 비자 힘들다?” 트럼프 규정에 세계 충격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1-14 10:20
입력 2025-11-14 10:20
건강·나이·부양가족까지 심사…트럼프 정부, 합법 이민 전방위 강화
미국이 비만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도 비자 거부 사유로 삼겠다는 새 지침을 내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최근 전 세계 대사관과 영사관에 보낸 문건에서 비만과 만성질환을 비자 심사 항목에 포함하라고 지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이번 지침이 감염병 중심이던 기존 의료 심사를 만성질환 전반으로 넓힌 조치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트럼프 정부가 합법 이민 흐름까지 강하게 조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와 AP도 최근 미국이 난민 수용 축소와 여행 제한 재개 등 이민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흐름이라고 전했다.
비만·만성질환까지 심사…국무부 “건강 반드시 검토”
보도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비자 신청자의 건강 상태를 반드시 살피라고 지시했다. 그는 심혈관 질환과 호흡기 질환, 암과 당뇨, 대사성 질환, 신경계 질환, 정신건강 문제를 비자 거부 사유로 적시했다.
지침은 비만이 고혈압과 우울증,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비만을 공식 심사 항목에 포함하라고 안내했다. 국무부 내부 관계자들은 이번 문건이 의료와 법률 실무진의 정식 검토 없이 정치 라인 주도로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부양가족·고령·장애 여부까지 확대…“평범한 조건도 불리해질 수 있다”WP는 건강 외에도 여러 항목이 추가됐다고 전했다. 비자 심사관은 신청자의 정년 여부, 부양가족 수, 노부모 여부, 부양가족의 장애와 특수 교육 필요 여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는 기존 공적부조 부담 가능성 기준을 크게 넓힌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 출신 전 미국 이민 담당관 스티븐 헬러는 “미국은 영사관 직원에게 비자를 거부할 더 많은 명분을 준 셈”이라며 “자칫 자의적 판단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악관 “새로운 규정 아니다”…정치적 공세도 이어져백악관은 이번 지침이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오래전부터 공적부조 부담이 될 신청자를 거부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권한을 제대로 집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부를 겨냥해 “전 정부는 하위 관료가 정책을 움직였지만 지금은 최고위층이 직접 지시한다”고 말해 정치적 공세도 이어갔다.
비자 거부 증가 우려…“평생 의료비까지 심사”
빅 고엘 미국 이민 전문 변호사는 “평범한 만성질환만으로도 비자를 거부할 수 있게 됐다”며 “심사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침이 심사관에게 신청자의 평생 의료비를 직접 판단하게 해 사실상 입국 장벽을 크게 높였다고 지적했다.
국무부 외교관들도 “지도부가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할 추가 사유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비자 발급 업무가 더 느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취업·유학·가족 비자 전반에 여파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성인의 16%가 비만이고 14%가 당뇨를 앓는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이 강하게 적용되면 각국 수억 명이 비자 심사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여행과 유학, 취업, 가족 초청 같은 합법 이민 전반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본다. 미국이 난민 수용 축소와 여행 제한 재개, 인도주의 비자 종료 등 이민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이번 지침이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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