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핵잠 만든다”…美, 연료·농축 협력에 재처리 논의 확대 검토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1-14 16:05
입력 2025-11-14 14:40

핵잠 전력화 위한 핵연료 조달과 핵주기 절차까지 합의
확장억제·관세 조정 등 양국 전략 패키지도 동시에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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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최고 예우 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화면. AP 연합뉴스·백악관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최고 예우 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화면. AP 연합뉴스·백악관 홈페이지


미국 백악관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핵연료 조달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절차까지 협력 의지를 문서로 명문화했다. 양국은 14일 공동 팩트시트를 동시에 발표하며 핵잠 협력부터 확장억제 강화, 무역·산업 제도 조정까지 폭넓은 패키지 합의를 확정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다. 미국은 연료 조달을 포함한 조선 사업 요건에서 한국과 협력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평화적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이어질 절차를 지지한다”고 명시했다. 핵잠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제약이던 연료 확보 문제와 핵주기 절차가 공식 논의 범위에 들어오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잠은 한국에서 건조”…정부, 원칙 명확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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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최종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2025.11.14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최종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2025.11.14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회담 과정에서 “핵잠 건조는 우리 기술과 조선 역량을 기반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핵잠 건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이 직접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했다”며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작업 과정에서 일부 기술 협업은 가능하지만, 완성함 건조의 책임은 한국이 맡는다”고 설명했다.

핵잠 확보 시 한국 해군 수중전력, ‘질적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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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안창호급(KSS-III) 잠수함이 해상에서 기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차세대 잠수함 개발이 새 국면을 맞았다. 한화오션 제공
도산안창호급(KSS-III) 잠수함이 해상에서 기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차세대 잠수함 개발이 새 국면을 맞았다. 한화오션 제공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전력화하면 해군의 수중작전 능력은 크게 확장된다. 핵잠은 장시간 잠항과 고속 장거리 기동이 가능해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전략잠수함 활동을 광범위하게 추적할 수 있다.

한국형 핵잠은 재래식 무기를 운용하지만 은밀 감시와 원거리 정찰, 신속 대응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한국 해군은 기존의 근해 방어 중심에서 벗어나 주변국 전략자산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전력으로 전환된다.

우라늄 농축·재처리 논의, ‘핵연료 생태계’ 구축 출발점팩트시트에 포함된 농축·재처리 관련 문구는 향후 한국이 핵잠 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 실장은 “기존 원자력 협정을 부분 조정해야 할 수 있다”며 “논의는 후속 협의에서 다듬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잠 추진이 군사용 동력 기술이며 핵무기 개발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이 보유한 예외 규정을 활용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핵잠과 관련한 장기 운용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트럼프 승인 공개, 오늘 팩트시트로 정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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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사실을 언급한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에서 “한국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허용했다”고 밝히며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사실을 언급한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에서 “한국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허용했다”고 밝히며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트루스소셜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트루스소셜에서 먼저 한국 핵잠 건조 승인을 언급해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 당시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은 한국의 핵잠 구상이 “사실상 착수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고 월스트리트저널도 한국이 미국의 핵잠 기술 협력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공식 문서 발표는 이러한 논의를 제도적 수준에서 확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역·안보 패키지 동시 반영…전략동맹의 폭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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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14일 최종 확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팩트시트 내용이 최종 합의됐다는 사실을 직접 발표했다. 사진은 14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2025.11.14 연합뉴스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14일 최종 확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팩트시트 내용이 최종 합의됐다는 사실을 직접 발표했다. 사진은 14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2025.11.14 연합뉴스


팩트시트에는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 등 주요 산업 분야 조정 내용도 함께 담겼다. 한국산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조정되고 반도체는 주요 경쟁국과 동등한 대우를 확보했다. 의약품과 일부 자원에 대한 상호관세 조정도 진행되며 대미 투자는 연간 200억 달러 상한을 두는 방식으로 조절하기로 했다.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조치가 일괄 합의되면서 한미동맹이 경제·군사 전 분야로 확장되는 흐름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확장억제·전작권·주한미군 지원까지 포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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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이 미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23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의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2025.5.23 연합뉴스
미국 언론이 미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23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의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2025.5.23 연합뉴스


양국은 미국의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 기반 확장억제 제공을 다시 확인했다. 한국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3.5% 수준으로 높이고 2030년까지 미국산 무기체계를 250억 달러(약 36조원) 규모로 도입한다. 주한미군 지원도 330억 달러(약 48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기존 절차에 따라 추진되며, 북한 비핵화 목표와 2018년 싱가포르 합의 이행 의지도 함께 담겼다. 북한이 대량파괴 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한다는 양국 공조 기조도 유지된다.

또 “북한을 포함한 모든 역내 위협 대응”이라는 문구는 대중 전략 환경과도 직접 연관되는 대목으로, 동맹의 지리적 범위가 더 넓은 구조로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핵잠 전력 확보가 가져올 전략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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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해군은 11일부터 14일까지 동해 해상에서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이 참여한 가운데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한국 해군에선 7천600t급 이지스구축함인 율곡이이함과 서애류성룡함, 4천400t급 구축함인 왕건함과 강감찬함 등 함정 7척과 해상작전헬기(Lynx), 해상초계기 P-3와 P-8 등 항공기 3대가 참가했다. 미국 해군에선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과 순양함 로버트스몰스함, 이지스구축함인 밀리우스함과 슈프함 등 함정 4척, 항공모함 함재기, 해상초계기(P-8) 등이 참가했다. 2025.11.14 해군 제공. 연합뉴스
한미 해군은 11일부터 14일까지 동해 해상에서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이 참여한 가운데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한국 해군에선 7천600t급 이지스구축함인 율곡이이함과 서애류성룡함, 4천400t급 구축함인 왕건함과 강감찬함 등 함정 7척과 해상작전헬기(Lynx), 해상초계기 P-3와 P-8 등 항공기 3대가 참가했다. 미국 해군에선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과 순양함 로버트스몰스함, 이지스구축함인 밀리우스함과 슈프함 등 함정 4척, 항공모함 함재기, 해상초계기(P-8) 등이 참가했다. 2025.11.14 해군 제공. 연합뉴스


한국이 핵잠을 전력화하면 주변국의 전략잠수함 활동을 상시 감시하고 원해 수중작전을 수행하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한국 해군이 단순 억제 역할을 넘어 직접적인 수중전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력으로 도약한다는 뜻이다.

핵잠 전력화는 한미 연합작전 구도에서도 한국의 기여도를 높이고 동북아 해양전략 균형에도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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