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결심만 남았다”···미국, 베네수엘라 지상 타격 코앞?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1-14 18:04
입력 2025-11-14 17:06

남부사령부 ‘사우던 스피어’ 본격 가동…마두로 제거 시나리오까지 테이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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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하는 모습. 오른쪽은 미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CVN-78)가 미 남부사령부 작전구역에 진입한 장면이다. 포드호는 최근 카리브해 인근에 전개되며 베네수엘라 대응 전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미 해군 제공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하는 모습. 오른쪽은 미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CVN-78)가 미 남부사령부 작전구역에 진입한 장면이다. 포드호는 최근 카리브해 인근에 전개되며 베네수엘라 대응 전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미 해군 제공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행동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백악관에서 군 수뇌부로부터 지상타격을 포함한 ‘업데이트된 작전 옵션’을 직접 보고받았다.

CBS와 CNN 등 미 언론은 1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군사작전 옵션을 재검토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효과와 위험을 계속 저울질하고 있으며 “실패 가능성이 있는 작전을 섣불리 지시하길 꺼린다”고 주변 인사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사우던 스피어’ 작전 가동…남부사령부, 지상타격 목표까지 구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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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사우던 스피어’ 작전 개시를 발표하며 “서반구는 미국의 이웃이며 우리가 지킨다”고 밝힌 게시물. 출처=피트 헤그세스 엑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사우던 스피어’ 작전 개시를 발표하며 “서반구는 미국의 이웃이며 우리가 지킨다”고 밝힌 게시물. 출처=피트 헤그세스 엑스


CNN은 이어 남부사령부가 ‘사우던 스피어’라는 작전명 아래 지상 타격목표를 세부적으로 준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의에는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과 케인 합참의장이 참석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소셜미디어에서 “사우던 스피어는 미국을 위협하는 마약 테러조직을 제거하고 우리 이웃을 보호하는 임무”라고 밝혔다. 일부 옵션에는 군사·정부 시설 공격과 마약 루트 차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제거 시나리오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CBS ‘60분’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지상타격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내부 회의에서는 여러 가능성이 여전히 테이블에 오른 상태다.

전쟁부 개칭 공식화…워닷고브 전환으로 제도화미국은 9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명칭을 다시 전쟁부로 되돌렸다. 당시 국방부 홈페이지는 개명 지시 직후 상단 이름을 전쟁부로 교체했고, 주소도 기존 디펜스닷고브(defense.gov)에서 워닷고브(war.gov)로 즉시 전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에서 이기려면 부처의 정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전쟁부의 새 문장도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행정명령은 헤그세스 장관과 소속 당국자들이 행정부 소통과 공식 문서, 의전 상황에서 전쟁부 장관, 전쟁부 같은 보조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펜타곤 현판 70년 만에 교체…“정체성이자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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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펜타곤 리버 입구에서 새 ‘전쟁부’ 청동 현판 설치를 마무리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펜타곤 리버 입구에서 새 ‘전쟁부’ 청동 현판 설치를 마무리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행정부는 모든 행정 부처가 이러한 보조 명칭을 인식해 수용해야 한다는 지침도 함께 내렸다. 명칭의 영구 변경에는 의회 입법 절차가 필요하지만 행정부 내에서 사실상 전쟁부가 공식 명칭처럼 사용되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워닷고브에 따르면 13일 펜타곤은 리버 입구와 몰 입구에 걸려 있던 70년 넘은 국방부 청동판을 철거하고 전쟁부 현판으로 교체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마지막 나사 작업을 직접 마치며 “이 이름은 단순한 간판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조직인지 보여주는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핵항모 포드호까지 집결…냉전 이후 최대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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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기준 미 해군·공군 및 특수작전부대 전력 배치 현황. USS 포트 로더데일함은 10월 28일 카리브해를 떠나 플로리다로 이동했다. 자료=미 해군·국방부·플라이트레이더
10월 31일 기준 미 해군·공군 및 특수작전부대 전력 배치 현황. USS 포트 로더데일함은 10월 28일 카리브해를 떠나 플로리다로 이동했다. 자료=미 해군·국방부·플라이트레이더


전문가들은 전쟁부 개칭이 베네수엘라 지상타격 검토와 맞물리며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 군사력 사용 의지를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한다.

세계 최대 핵항모 제럴드 포드호가 이번 주 카리브해에 진입했다. 이미 배치된 구축함과 해병대 특수전 부대, 정찰기들이 포드호 전단과 합류하면서 냉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미 해군 전력이 카리브해에 집중되고 있다.

마약선 20여 척 선제타격…최소 80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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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쟁부가 공개한 영상에서 미군이 태평양 동부 해상에서 마약 밀수 조직이 운용한 선박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작전”이라고 밝혔다. 출처=피트 헤그세스 엑스
미 전쟁부가 공개한 영상에서 미군이 태평양 동부 해상에서 마약 밀수 조직이 운용한 선박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작전”이라고 밝혔다. 출처=피트 헤그세스 엑스


데일리메일은 이 움직임을 두고 “미국이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군사 행동에 한층 더 다가섰다”고 지적했다.

미군은 9월 이후 마약 밀수선을 겨냥한 선제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CBS는 지난 두 달 동안 미군이 21척을 타격해 8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2명은 구조돼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로 송환됐다.

헤그세스 “미국의 이웃을 우리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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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홀시 미 남부사령부(SOUTHCOM) 사령관이 지난해 8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남미방위회의(SOUTHDEC)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앨빈 홀시 미 남부사령부(SOUTHCOM) 사령관이 지난해 8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남미방위회의(SOUTHDEC)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민주당과 국제 인권단체는 “미국이 마약 단속을 명분으로 초법적 처형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CNN은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지상타격을 정당화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의회에 설명했다며 향후 법적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최근 인디애나 포트웨인 회의에서 “미국인을 해치는 마약범이면 어디에 있든 찾아내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반구는 미국의 이웃이며 우리가 지킨다”고 말했다.

“결심만 남았다”…베네수엘라, 전군 동원 준비악시오스는 남부사령부 지휘관 앨빈 홀시 제독이 예정보다 일찍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라며 내부에서 ‘신중파’로 평가받아 왔다고 짚었다. 민주당은 최근 전력 확장이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국방부와 백악관은 관련 보도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심만 남았다”며 실제 행동 가능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실제로 베네수엘라 지상 표적을 타격할 경우 마두로 정권과의 직접 충돌로 이어져 카리브해 긴장이 극도로 높아질 전망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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