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대만 발언’ 후폭풍…中, 일본산 수산물 다시 막았다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1-19 17:46
입력 2025-11-19 17:46

중국, “오염수 모니터링 필요” 주장…여행·유학 자제령에 ‘한일령’까지 가동

이미지 확대
왼쪽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한 모습이고, 오른쪽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같은 해 10월 도쿄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하는 장면. AP·로이터 연합뉴스
왼쪽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한 모습이고, 오른쪽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같은 해 10월 도쿄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하는 장면. AP·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한 지 보름 만에 다시 전면 중단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고 밝힌 이후 양국 갈등이 급격히 고조된 가운데 중국이 추가 보복 카드를 꺼냈다.

오염수 모니터링 이유 내세워 수입 또 중단중국 정부는 19일 오전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측에 수입 중단 방침을 전달했다. 교도통신은 중국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상황을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에도 “식품 안전을 위해 일본산 수산물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며 위험 요소가 발견될 경우 즉시 수입을 제한하겠다고 예고했다.

일본은 국제기구 및 자체 모니터링 정보를 꾸준히 제공해 왔지만 중국은 이를 근거로 규제를 다시 강화한 셈이다.

보름 만에 다시 중단…중국이 허가한 시설은 단 3곳
이미지 확대
중국 베이징의 한 일본식 음식점 인근 상점에서 한 고객이 신선 해산물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 2025년 11월 19일 촬영.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한 일본식 음식점 인근 상점에서 한 고객이 신선 해산물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 2025년 11월 19일 촬영.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은 일본이 지난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일본산 수산물을 전면 금지했고 올해 6월 일부 지역에 대해 수입을 재개했다. 이달 5일에는 홋카이도산 냉동 가리비 6t이 중국으로 향하며 2년여 만에 일본산 수산물이 반입됐으나 중국은 보름 만에 다시 중단 조처를 내렸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중국에 수출을 신청한 일본 수산업체는 697곳이지만 중국 정부가 실제로 허가한 곳은 단 3곳이다. 일본 수산업계는 “막 문이 열린 시장이 다시 닫혔다”며 타격을 우려했다.

“발언 철회하라” 압박하며 전방위 대응…여행·유학 자제·영화 개봉 연기
이미지 확대
중국 상하이 훙차오국제공항 도착 안내 전광판에 일본행 항공편 정보가 표시돼 있다. 대만 관련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 여행객들이 일본 방문을 대거 취소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 11월 18일. EPA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훙차오국제공항 도착 안내 전광판에 일본행 항공편 정보가 표시돼 있다. 대만 관련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 여행객들이 일본 방문을 대거 취소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 11월 18일. EPA 연합뉴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 발언 이후 사실상 ‘한일령’(限日令·대일 제한령)을 가동하며 일본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본 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한 데 이어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항공권과 단체 관광 예약이 대거 취소되면서 일본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내에서 예정됐던 일본 영화 개봉도 잇따라 연기됐고 일본 연예인들은 중국 SNS에서 지지 메시지를 남기며 여론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일본 가수는 “중국은 두 번째 고향”이라고 적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문구를 공개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중국의 여행·유학 자제령 여파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일본 주요 관광지와 유통업계는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교토 아라시야마 상점 주인들은 “지금은 외국인 손님이 많지만 중국인 비중을 고려하면 춘절까지 자제령이 이어질 경우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가나가와현 에노시마 관광지 방문객의 약 40%가 중국인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오키나와 관광업계도 “호텔·면세점 매출에 영향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영국 가디언은 항공 분석업체 시리엄 자료를 인용해 11월 15~17일 일본행 항공권 약 50만 장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수출·관광·희토류까지 우려 확대…“경제 갈등 전면전 가능성”
이미지 확대
일본 도쿄 아사쿠사 지역의 센소지 절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모노 차림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만 관련 외교 갈등을 이유로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한 가운데 촬영된 모습. 2025년 11월 15일. AFP 연합뉴스
일본 도쿄 아사쿠사 지역의 센소지 절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모노 차림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만 관련 외교 갈등을 이유로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한 가운데 촬영된 모습. 2025년 11월 15일. AFP 연합뉴스


중국의 수산물 재중단과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이 겹치면서 일본 경제는 복합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은 지난해 기준 최대 수출처가 중국이었고 중국은 일본 가리비 최대 수입국이다. 관광 부문에서도 중국 본토와 홍콩 관광객은 전체의 약 20%를 차지해 수요 감소가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진다.

중국 내 일부 국유기업은 직원들에게 일본 출장을 자제하라고 통보했으며 일본 관광·소매 관련 종목은 중국 여행 제한 소식과 함께 크게 흔들렸다.

일본 산업계는 “중국이 과거 갈등 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전례가 있다”며 전략물자 분야까지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한다. 일본 외무성의 가나이 마사아키 아시아·오세아니아국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중국 측과 협의했지만 양측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中 “발언 철회하라” vs 日 “기존 입장”…출구 없는 대립 구도중국은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국제 규범 위반이자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거듭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존 정부 방침과 같은 발언”이라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중국은 최근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을 재차 강하게 비판했고 일본은 “중국 외교관의 과도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철회를 요구하고 일본이 이를 거부하는 구조가 굳어진 만큼 단기간에 갈등이 해소되기 어렵다”며 장기화를 경고하고 있다.

윤태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