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詩IN] 출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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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7-11-26 22:26
입력 2017-11-2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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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에선 바람은 서럽게

소리치고

헤어나질 못할 슬픈 목소리로

자작나무 나뭇가지를 흔들며

한계령 굽이굽이 아스팔트에서

달려가는

나를 부르고 산아래 계곡을 돌아

동해바다로 흩어진다.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하얀

눈송이는

자작나무 흰 껍질 껍질 위에

지난 추억을 적셔 놓으며 쌓이고

검은 아스팔트 위에다

차곡차곡 눈송이를 떨구며

지나가는 모든 자동차에

한계령의 이야기를 전한다.

굽이굽이 도로 옆에 서 있는

나무들은

하얀눈에 제 추억을 이기지 못해

가지마다 고개 숙이고

포근함으로 밀려왔던

아스팔트에서

오늘 가야 할 목적지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오늘도 동해바다를 발아래 두고

달려갈 나의 작은 하루 일과들을

한계령 도로위에서 자동차

굉음소리를

뒤로 뿜으며 한계령 너머로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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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섭 (양양군 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
이건섭 (양양군 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
이건섭 (양양군 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

20회 공무원문예대전 입상 수상작
2017-11-27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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