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詩IN] 옥자
수정 2018-01-21 20:31
입력 2018-01-21 18:32

강원 철원.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벌거벗고 뛰놀던 깨복쟁이 깜장
피부
유년의 내 여자 친구는
서울 댁이 되어 돌아왔다
스러져 가는 담장마다 무성한
잡초는
장승처럼
소리 없는 세월을 견디며
누구도 지키지 못한 서울 댁이
다시 오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떠난 길
이젠 내가 너의 곁에 있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쉬이 사랑한다 말하지 않은 것은
영원을 너를 지켜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일게다
옥자
칠흑 같은 밤
별이 하얗게 쏟아지는 길을
걸으며
집으로 돌아가던 유년의 네가
별빛처럼 총총히 걷고 있다
지금
내 안에 이렇게

제19회 공무원문예대전 은상 수상작
2018-01-22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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