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詩IN] 노란 미소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17-10-29 20:00
입력 2017-10-29 17:46
이미지 확대
길가 보도블록 틈새로

노란 민들레꽃 한 송이,

빠끔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세월이 곱게 내려앉은 얼굴로

할머니는 신문지 좌판 위에

봄나물 한 줌씩 쥐어놓고

손님을 마냥 기다린다

오가는 이 없는 한낮

봄볕에 할머니와 민들레꽃은

미동 없이 묵도 중,

무료한 듯 신문지가

심술궂은 바람에 펄럭거리자

잠시 휘청거린 나물이

민들레꽃을 덮친다

놀란 할머니는 손님인가 싶어

두리번거리다가 멋쩍은 듯

민들레꽃에게 눈길을 보낸다.

생의 간증이 이는지 패트병 물

한 모금 마시는 할머니,

민들레꽃에게 한 모금 적시자

해바라기처럼 노란 미소가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환한 빛의 출구가 열리고 있다
이미지 확대
윤상선 前 광주광역시 공무원교육원 서기관
윤상선 前 광주광역시 공무원교육원 서기관
윤상선 (前 광주광역시 공무원교육원 서기관)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입선 수상작
2017-10-30 3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