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詩 IN] 아버지의 배
수정 2018-03-04 17:34
입력 2018-03-04 17:08
제19회 공무원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삐걱이는
아버지의 작은 목선은 경전이고
서당이다
이물에도, 고물에도
독해할 수 없는 글들이 가득하다
오늘도 소금기 가득 머금어 독
오른 해풍이
어깨동무를 겹겹이 하고 몰려와
긴 혓바닥 날름거리며
아버지의 팔순 주름을
갑판에 서각을 하고 돌아간다
새롭게 새겨진 글자들을
볼 때마다
아버지의 눈은 회한의 글을 쓴다
너도 이제 다 늙어 가네
한세상 산다고 고생 참 많았데이
한국전쟁 때
포탄에 다리를 잃은 아버지
곰삭아 살이 떨어져 나간 *건현에
송판을 덧대고 못질을 하신다
바람이 말벌소리를 내며
갑판에 벗어 놓은 의족 안을
기웃거려도
신경은 온통 뱃삼에 있다
이제는 좀 편히 쉬시라 해도
9607028-6408852
연안자망 허가판을 주소처럼 달고
바다가 되어간다
*물에 잠기지 않은 뱃전

2018-03-05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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