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대나무숲] 지방정부의 좋은 정책, 중앙서 과감히 활용… 그게 혁신이다
수정 2017-05-21 17:23
입력 2017-05-21 17:16
생활정치의 일선에 있는 민선 자치단체장들은 정책을 오랜 기간 절차탁마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하기 때문에 지자체 정책들 가운데는 눈여겨볼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반면 중앙정부가 직접 설계해 채택하는 정책은 온 국민이 대상자가 되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 즉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큰 부담을 안고 가게 된다. 각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일도 많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좋은 정책을 십분 활용하면 용역비용도 아끼고 국민세금도 아끼고 행정력도 아끼는 1석3조의 알뜰살림을 할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국민을 위한 정치이자 행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정책이나 사업이 어떤 효과를 갖는지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않거나 일부러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온 게 사실이다. 지자체장이 대통령과 정치적 입장이 다를 경우 정책 추진에 적극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때론 비슷한 유형의 사업을 중앙정부도 하고 지방자치단체도 하는 중복투자도 발생한다. 작년에 중앙정부의 반대, 유사사업 시행 등의 논란을 겪다 올해 서울시 주도로 본격 시행하게 된 ‘청년수당’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통합’과 ‘협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다. 서울시가 전국화를 건의한 66개 정책 중 39개 정책을 채택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민생을 잘 챙겨서 신뢰받는 정부를 만드는 데 중앙과 지방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새로운 대한민국에선 공직사회도 과감하고 겸허하게 혁신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어 정책으로 토론하고 교류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서울시청 주무관
2017-05-22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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