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닿는 곳마다 진분홍 자태…고려산에 진달래 꽃물 들었네
김학준 기자
수정 2019-04-09 01:58
입력 2019-04-08 17:40
강화군 13~21일 ‘진달래축제’… 우리나라 최북단 마지막 봄꽃 축제 오세요


문화재의 고장인 강화군은 축제가 많기로 유명하지만, 진달래축제만큼 관심을 끄는 것은 없다. 매년 이맘때면 무르익어 가는 봄의 정취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해에는 40만명이 다녀갔다. 2008년 처음 진달래축제가 선보였을 때 방문객이 수만 명에 그쳤던 것을 상기하면 비약적인 숫자다.
해가 갈수록 방문객이 급증하고 봄꽃 축제 중 으뜸으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고려산 중턱이 조금 지난 지점부터 펼쳐진 진달래가 산 정상 군락지까지 이어져 진달래 향연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진달래가 대개 평지나 얕은 산에서 피는 것과는 달리 고려산 진달래는 해발 436m 정상 및 7부 능선 이상에서 군락을 이루는 특징이 있다. 고려산 정상과 앞 비탈에 잡목 없이 빽빽하게 들어선 진달래가 정상에서 능선 북사면을 따라 355봉까지 1㎞가량 이어진다.
고려산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진달래꽃을 보기 위해 등산을 겸해 산을 오르는 이들이 많다. 고려산 진달래는 고도에서 꽃이 피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진한 빛을 뿜어낸다. 특히 축제 기간에는 꽃의 색도나 크기가 절정을 이룬다. 강화군 관계자는 “올해 진달래가 만개하는 시점은 4월 19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려산 정상에는 나무로 멋들어지게 만든 탐방로가 있어 이 길을 걸으며 편하게 진달래 군락을 감상할 수 있다. 꽃을 좀더 가까이에서 보려면 탐방로 중간 지점에서 산비탈 방향으로 조성된 샛길을 이용하면 된다. 길이는 50여m에 불과하지만 끝부분에 전망대가 있고 사진 찍기에 좋은 포토존이 곳곳에 있어 가장 인기를 끄는 구간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 가운데 별로 알려지지 않은 코스도 있다. 고촌4리 입구에서 100여m 지점에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동네 길을 걷다가 ‘고인돌군’이라는 안내판이 보이면 좌측으로 돌아 인가가 드문 지점부터 시작되는 산길을 통해 정상에 오르면 된다. 공개된 코스들과는 달리 인적이 드물어 한적함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정상에서 진달래 군락을 감상한 뒤 서쪽 낙조봉으로 이어지는 3㎞가량의 능선을 타면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오솔길로 된 이 등산로는 주변 경관이 아기자기한 데다 정상 군락지만은 못하지만 길 좌우에 진달래가 풍성하게 피어 있다. 능선을 오르내리는 경사 또한 적어 마치 둘레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중간쯤에서는 21기로 된 고인돌군을 만날 수 있다.
능선이 끝나는 지점이 있는 낙조봉에 오르면 교동도, 석모도, 영종도, 신도 등 서해의 화려한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바다와 이어지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도 한눈에 들어온다. 또 북쪽을 응시하면 황해도 송악산 등 북녘 땅이 가까이 보여 색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낙조봉에서 적석사 쪽으로 내려가면 우리나라 3대 낙조 조망대인 낙조대가 나온다. 동해안 정동진의 반대쪽에 있다고 해서 ‘정서진’으로도 불린다. 여기서 바라보는 서해 석양은 ‘강화 8경’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진달래축제를 찾으면 진달래는 물론 강화의 유구한 역사문화와 청정 강화의 자연환경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어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새로운 활력과 기운을 북돋우는 웰빙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고려산에는 적석사·백련사와 같이 오래된 사찰, 연개소문 유적지, 고인돌군, 오련지, 홍릉 등의 문화재가 분포돼 있어 역사탐방 위주의 산행을 하기에도 좋다.

특히 올해는 고인돌광장과 함께 청련사 입구에도 공연시설을 마련하고 다채로운 버스킹(거리공연)을 축제 기간 중 주말(13, 14, 20일)에 펼치는 등 축제의 폭을 넓힌다. 그동안 부대행사는 고인돌광장에 집중됐으나 콘텐츠를 확대해 청련사 경유 코스 등산로를 이용하는 방문객들에게도 풍성한 즐길거리를 안겨 주게 된다.
진달래축제와 함께 강화읍에서는 ‘북문 벚꽃길 야행’이 펼쳐진다. 북문길은 매년 4월이면 울창한 벚꽃터널로 변신하는데 강화군은 고려궁지 정문에서 강화산성 북문에 이르는 구간에 야간조명을 설치하고 음악을 활용해 환상적인 밤거리를 조성한다.
유천호 강화군수는 “고려산 진달래축제는 수도권에서 개최되는 우리나라 최북단 마지막 봄꽃 축제”라며 “축제장을 방문해 일상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가족, 연인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2019-04-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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