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상자 2㎝ 때문에 목포항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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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0-03-01 00:34
입력 2010-03-01 00:00
고기 상자 높이를 낮추는 문제로 전남 목포항이 시끄럽다. 선주와 중매인 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데다 중재자도 없어 사상 초유의 경매 중단 사태마저 우려된다. 선주와 중매인들 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은 고기 상자 높이를 2㎝ 낮추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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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담는 상자는 30여년간 높이 9㎝, 길이 57㎝ 크기의 ‘4호 상자’를 써왔다.

그러나 안강망 선주들은 선원 고령화에 따라 고기 상자(28㎏) 무게를 줄이기 위해 상자 높이를 2㎝ 낮추기로 하고 새 상자를 제작해 출어 어선에 실려 보냈다. 근해안강망 선주협회 박선준(47) 회장은 “제일 젊은 선원이 50대 초반이고, 대부분 60대로 30㎏에 가까운 고기 상자를 창고에 넣고 빼내는 일이 힘들어 고기 상자 높이를 낮춘 것이다.”면서 “새 상자에 고기가 덜 들어가면 그만큼 값을 낮춰 경매하면 될 것인데 중매인들이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주 김모씨는 “기존 상자에 고기를 넘칠 정도로 담아 위판하면 중매인들이 산 뒤 고기를 일부 빼내고 상자 작업을 다시 해 이득을 얻고 있는데, 상자가 작아지면 이런 이익이 없어져 반대하고 있다.”면서 “중매인이 사지 않으면 위판장에서 그대로 썩히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28명의 중매인이 소속된 전국 수산물 중·도매인 협회 목포지회는 기존 상자를 쓰지 않으면 고기를 사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왕범(52) 목포지회장은 “얼음 채울 공간과 고기가 눌려 훼손되는 것을 막으려면 상자 크기가 중요한데 선주들이 고령화를 이유로 높이를 줄이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면서 “새로운 상자에 담은 고기를 사지 않기로 최근 결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상자가 나오면 고기 양도 적어지고 기존 상자와 섞여 대혼란이 예상된다.”며 “경매에는 참여하되 새 상자에 담은 고기는 사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에 출어한 안강망 어선 38척 대부분은 새 상자를 싣고 출어에 나섰고, 조만간 입항이 예상돼 초유의 경매 중단 사태가 일어날지 목포항은 폭풍전야다.

한편 목포수협은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어민과 중매인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광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2010-03-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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