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버지 보고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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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0-07-30 00:44
입력 2010-07-30 00:00

백담정보화 마을서 베트남·한국 가족 간 화상상봉식

“나는 잘 있어. 보고 싶다. 내가 다음에 갈 때까지 아빠, 엄마가 꼭 나으셔야 할 텐데….”

29일 오후 강원 인제군 백담정보화 마을에서는 조금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다름 아닌 행정안전부가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개최한 ‘베트남·한국 가족 간 화상상봉식’이다. 지난 5월 한국·베트남 제1차 정보화협력위원회의 합의에 따른 후속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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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강원 인제 백담정보화마을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가족 화상상봉식’에서 결혼이민여성 딘티검눙(23)씨가 남편 최성용(31)씨와 함께 하노이 현지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29일 강원 인제 백담정보화마을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가족 화상상봉식’에서 결혼이민여성 딘티검눙(23)씨가 남편 최성용(31)씨와 함께 하노이 현지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이달 8일 한국으로 시집온 지 일주일 만에 한국인 남편에게 피살된 고(故) 탓티황옥(20·여)씨 사건 이후 베트남에서 일고 있는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걱정을 가라앉혀야 한다는 점에서도 이날 행사의 의미는 남달랐다. 행안부는 베트남 출신 여성이 많이 사는 인제군을 1차 대상지로 선정했다. 하노이 출신 여성 4명, 호찌민 출신 5명 등 모두 9명이 상봉대상자로 뽑혔다.

행사 시작은 오후 4시였지만 참가 여성들은 오후 1시부터 대기실에 모여 화장과 머리손질, 옷매무새 가다듬기에 여념이 없었다. 행안부가 2003년 하노이에 구축한 정보접근센터와 베트남 과학기술부 호찌민 지사, 한국의 백담정보화마을이 초고속 광대역망으로 연결됐다. 초조한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가족들의 얼굴이 모니터에 나타나는 순간, 여성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윙티화중(33·여)씨는 열흘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나온 고종사촌 여동생 레티항(32·여)씨를 보며 눈물을 쏟았다.

호찌민이 고향인 윙티씨는 2006년 한국에 들어왔다. 남편 박성실씨만을 믿고 ‘꿈 같은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은 성실했고, 윙티씨를 진심으로 아껴줬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해갔다.

윙티는 “아들 효언(2)이를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면서 “그래도 내가 이렇게 건강히 잘 지낸다는 걸 전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고맙다.”고 말했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다문화가족 여성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 없이 우리들만의 대한민국으로 살아오지 않았나 반성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결혼이민여성 화상상봉을 계속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올해 2~3차례 추가행사를 갖고, 내년에는 전국 363개 정보화마을의 시스템을 보완해 상시 화상상봉을 진행할 계획이다.

글 사진 인제 남상헌기자 kize@seoul.co.kr
2010-07-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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