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것 없는’ 지역홍보관에 혈세 샌다
수정 2012-02-06 00:00
입력 2012-02-06 00:00
빈약한 내용·관리소홀 오히려 이미지 훼손만
전국 지자체의 각종 전시·홍보관이 빈약한 프로그램과 관리 소홀, 잘못된 입지 선정 등으로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광 인프라 구축 취지가 무색해졌고, 개조 등 추가 사업비 투입으로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울산대공원 ‘환경에너지관’을 비롯해 김해 ‘가야역사 테마파크’, 논산 ‘강경젓갈전시관’, 영주 ‘공산품홍보전시관’, 경남 ‘산청박물관’ 등 전국 수십 곳의 전시·홍보관과 박물관 등이 관람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2006년 4월 문을 연 울산대공원 ‘환경에너지관’(사업비 48억원)은 2009년 11월 시설의 운영·관리를 맡았던 SK에너지가 철수하면서 고장과 오작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연간 200만명 이상 관람객이 찾는 울산대공원의 이미지도 훼손되고 있다.
또 코레일이 2010년 12월 울산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 설치한 ‘자전거 전용 주차타워’(지상 4층 168대 주차 규모)도 하루 40여대만 주차하면서 6억 6000만원의 사업비만 날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00년 7월 착공한 김해 ‘가야역사 테마파크’(부지 17만 9000㎡)는 12년 동안 진행된 공사 진척도가 66%에 그쳤을 뿐 아니라 예산 부족으로 앞으로 2년 더 공기가 연장될 상황이다. 이미 완공된 일부 시설물마저 더딘 공사로 문을 닫은 채 방치돼 있다.
충남 논산의 ‘강경젓갈전시관’(유람선 모양 지상 4층)은 빈약한 볼거리 등으로 찾는 사람이 없어 지난해 8월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갔고, 충북 제천의 ‘엑스포 홍보관’은 1년여 만에 ‘제천문화예술위원회 사무실’로 바뀌었다.
전시·홍보관이 안착하지 못하는 것은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파손·오작동 시설을 장기간 방치하면서 비롯되고 있다.
울산대공원 환경에너지관은 시설물 관리 주최가 바뀌면서 2년여 동안 보수·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SK에너지가 환경에너지관을 설치하고 나서 4년여 동안 운영했기 때문에 초기 시설물을 설치한 업체로부터 파손된 부품을 구하는 게 어렵다.”면서 “시설물 보수가 어려워 전체를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화강역 자전거 전용 주차타워와 논산 강경젓갈전시관은 잘못된 입지 선정에서 프로그램마저 빈약해 관광객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강경젓갈전시관 시장서 1㎞ 거리밖
강경젓갈전시관은 전시물과 체험실이 조잡해 관심을 끌지 못했고, 젓갈시장과도 1㎞ 이상 떨어진 곳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논산시는 지난해 8월 6억 20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에 들어가 이달 중 완료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접근성, 정보 제공 등을 갖춘 전시·홍보관을 만들지 못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충분한 준비작업을 거쳐 장기간 활성화할 수 있는 복합적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2012-02-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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