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보전권 개발제한 때문에… 경기, 19조 6000억 투자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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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2-10-18 00:44
입력 2012-10-18 00:00

62개 기업 규제… 이탈 가속 세수 감소·상권 악화 불가피

경기 이천시 부발읍에 있는 싱가포르계 반도체 조립 전문 기업 스태츠칩팩코리아는 공장 이전을 추진 중이다. 이천 지역이 대기업 신증설 규제를 받는 자연보전권역인 탓에 규제가 없고 토지 임대료와 조세 감면 혜택이 있는 자유무역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1984년 둥지를 틀어 종업원 2300명에 연 7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이전하면 이천시는 20억원의 세수 감소와 상권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기 동부의 자연보전권역에 대한 각종 규제 탓에 기업 이탈이 줄을 잇고 19조원이 넘는 기업 투자가 발목이 잡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도에 따르면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정해진 자연보전권역은 한강 수계의 수질과 녹지 등 자연환경을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으로 이천, 여주, 양평, 가평, 광주 등 5개 시·군 전역과 남양주, 용인, 안성 등 3개 시 일부 지역이 포함됐다.

이 지역에서 공업용지 조성 사업은 최대 규모 6만㎡ 이하로 제한되고 대기업 첨단 공장의 신증설은 1000㎡ 이내에서만 허용된다. 경기도 조사 결과 8개 시·군 자연보전권역에 있는 62개 기업이 이 같은 규제에 묶여 공장을 신증설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금액은 19조 6000억원, 일자리는 4556개가 규제로 묶여 있는 셈이다.

규제로 인한 기업의 이탈도 잇따라 이천시에서만 지난 8월 현대아이비티(김천), 지난해 핸켈데크놀러지스(음성), 2010년 현대오토넷(진천), 2008년 CJ(진천), 2004년 팬택앤큐리텔(김포) 등 주요 기업 5곳이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종업원 수를 합치면 4800명이 넘는다.

도는 이에 따라 자연보전권역의 공업용지 조성 사업 제한 규모를 10만㎡ 이하로 상향하고 대기업 첨단 공장도 기존 공장 건축 면적의 200%까지 증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선안을 정부에 냈다.

경기개발연구원 김은경 경제사회연구부장은 “경기 동부 지역은 자연보전권역을 비롯해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배출시설 설치 제한 등 2~3중의 규제를 받고 있다. 기업의 입지 자체를 막을 게 아니라 배출 규제를 강화해 환경 관리와 기업 활동을 동시에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수도권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이에 대한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강원도와 경북도 등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반대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결국 비수도권에 대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권의 합리적 규제와 지방도시로의 기능 분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2012-10-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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