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3군 본부 있는 충남 계룡시 ‘행정기관 3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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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3-02-13 00:00
입력 2013-02-13 00:00

소방서 ×-화재 무방비, 세무서 ×-납세 불편, 경찰서 ×-치안 불안

‘우리나라 군의 심장부 계룡대(鷄龍臺).’

3군 본부가 있는 국내 최고 군사도시 충남 계룡시에 경찰서, 소방서, 세무서가 있을까. 답은 ‘노’(N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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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대 군인과 가족들이 몰려 살던 계룡시 신도안면 군인아파트. 이 아파트가 2015년까지 재건축되는 등 국내 최고 국방도시 계룡시 시세가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계룡시 제공
계룡대 군인과 가족들이 몰려 살던 계룡시 신도안면 군인아파트. 이 아파트가 2015년까지 재건축되는 등 국내 최고 국방도시 계룡시 시세가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계룡시 제공
이기원 계룡시장은 12일 “미국 국방부 펜타곤의 알링턴카운티와 육사의 웨스트포인트, 일본 해군기지의 사세보 등 군사도시는 국가의 특별관리를 받는다. 그런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육해공 3군 본부가 몰려 있어 위상이 더 높은 계룡대의 계룡시는 찬밥 신세”라며 “계룡대 군인들이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점을 대통령직인수위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북한 도발시 서울 다음 공격 타깃이 계룡시다. 국가 안보의 중추도시 위상이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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룡시는 현재 공공기관이 시청밖에 없다. 경찰서, 소방서, 세무서는 물론 교육지원청과 국민건강보험지사는 설치되지 않았다. 고작 지구대와 119안전센터가 있을 뿐이다. 전국 230여개 시·군 중 자치단체 청사 외 공공기관이 하나도 없는 곳은 계룡시가 유일하다.

김광희 육군본부 부이사관은 “집사람이 운전을 못 하면 군인들이 휴가를 내 일을 볼 때도 많다. 군인들은 이동이 잦아 부동산 관련 세 등 세무서에서 볼일이 많은데 집 가까이에 있는 것도 아니고”라면서 “논산세무서까지 차로 30~40분이 걸리는데 평일에 퇴근 후 일을 보려면 그쪽 근무시간 안에 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주민생활이 불편하면 군생활에도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대중교통도 불편하지만 치안이 구석구석까지 미치지 못해 학교 다니는 자녀들의 안전도 불안하다”면서 “국방 도시답게 제대한 군인이 많이 살지만 재향군인회관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계룡시 엄사면 유동리 주민 반경희(61)씨는 “소방서가 없으니까 주민들은 119를 부를 때 빨리 와도 으레 늦게 온다는 불만을 갖게 된다”면서 “군인아파트 등 밀집 지역이 많아 불이 나면 20여명이 3교대 하는 지금의 119안전센터 인력으로는 초동 대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불안감을 털어놨다.

계룡시가 출범한 것은 2003년 9월. 계룡대 이전 이후 인구 증가와 함께 행정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우리나라의 핵심 국방 도시라는 특성을 고려해 논산시에서 분리됐다. 군인 가족이 시민의 절반을 차지하고, 이들이 몰려 사는 신도안면은 16개 마을 이장 모두 군인 부인이 맡고 있다. 계룡대는 1983년 이른바 ‘620사업’에 따라 논산시로 이전했었다. 현 계룡시 인구는 4만 2000여명으로 충남 15개 시·군 중에서 청양군에 비해 많다.

시민들은 공공기관 터가 모두 마련된 상태에서 시 출범 10년이 됐는데도 “인구와 면적이 적다”는 이유로 경찰서 등이 설치되지 않자 지난해 8월 ‘공공기관 유치위원회’를 만들어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희옥 시 도약전략계장은 “충남도에서 2015년 소방서를 설치해 준다고 했지만 시기를 더 앞당겨야 한다”면서 “경찰서 등이 설치될 수 있도록 올해는 지방경찰청은 물론 중앙정부를 상대로 유치 활동에 발벗고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룡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13-02-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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