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의회, 개발 경사도 완화 시민들 ‘부글’
수정 2013-02-26 00:24
입력 2013-02-26 00:00
17.5도→20도 조례 통과 “고용 창출” vs “난개발” 논란
경기 용인시의회가 처인구의 산지 및 임야 개발 허용 경사도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결국 통과시켰다. 당초 용인시가 발의했다 의회 반대로 보류했던 조례를 의회가 바통을 넘겨받아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다. 이에 시민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용인시와 시의회가 지역의 허파를 떼어내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25일 용인시의회와 수지시민연대에 따르면 시의회는 최근 처인구의 산지·임야 개발 허용 경사도 기준을 현행 17.5도에서 20도로 완화하는 내용의 ‘용인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처인구는 이달부터 경사도가 더 가파른 임야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조례안은 새누리당 소속 이선우·김정식 시의원이 발의했다. 명분은 지역 내 개발행위 활성화에 따른 고용창출 및 경제적 효과는 물론 용인시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용인시는 경사도 기준 완화로 처인구 산지·임야 중 460만㎡를 개발할 수 있어 1조 7000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3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조례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임시회에서 시가 발의했다가 의회 반대로 심의를 보류했던 개정안과 비슷해 의회가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용인시가 의원 발의를 요청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용인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주민 반발이 있어 기준 완화를 추진했고 시의원도 공감해 의원발의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의회도 “당초 처인구뿐 아니라 기흥구에 대해서도 개발 경사도를 완화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했으나 시민단체들이 반발해 기흥구를 제외하는 선에서 수정동의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개발을 제한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광주·이천 등지의 경우 개발 허용 임야 경사도가 20도이지만 임야의 높이를 50m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나 용인시는 높이 제한을 두지 않았다. 수원·성남시 등은 10도와 12도로 제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4월 ‘국토의 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 비도심지역 내 산지 및 임야의 개발행위 허가 요건을 강화해 해당 지자체가 조례로 정한 경사도 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수지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의회를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상대적으로 난개발이 덜한 처인구마저 난개발 위험에 노출됐다”며 “용인 수지지역이 난개발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민간업자 자율에 맡겼기 때문으로 개발계획을 세우지 않고 무작정 규제만을 풀어주는 것은 사실상 난개발을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역 주민들도 “결국 시의회가 한 일은 시가 당초 상정한 원안을 그대로 가결한 것에 불과하다. 시의회가 조례안을 보류한 뒤 수정하고 다시 통과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면 의회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현근택 수지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용인시의 경전철 및 전시행정과 관련한 주민감사를 청구할 계획인데 이 때 경사도 완화 조례를 통과시킨 것도 포함시킬 방침이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2013-02-2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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