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경로당엔 카네이션이 피었습니다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13-04-16 02:32
입력 2013-04-16 00:00

독거노인 공동생활 ‘카네이션 하우스’… 道·대한노인회·농협 협약

이미지 확대
15일 경기도청에서 김문수(가운데) 지사와 황영하(왼쪽)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장, 조재록 농협중앙회 경기 지역 본부장이 ‘카네이션 하우스’ 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15일 경기도청에서 김문수(가운데) 지사와 황영하(왼쪽)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장, 조재록 농협중앙회 경기 지역 본부장이 ‘카네이션 하우스’ 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 9동에 사는 최병재(가명·79) 할아버지는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카네이션 하우스’가 동네에 생긴다는 소식에 들떠 있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3년째 홀로 지내는 최씨는 외로움에 지쳐 극단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었는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게다가 일자리도 제공될 것으로 알려져 소일거리를 찾던 최씨에게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미지 확대
최씨는 “주변에 나처럼 혼자 외로운 나날을 보내는 노인이 적지 않은데 함께 지낼 친구도 있고 일자리도 생긴다고 하니 고민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경기도 내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공부방 등이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공동생활주택으로 탈바꿈한다. 독거노인 급증과 함께 생겨나는 노인 자살, 고독사, 우울증 등의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15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도 노인 인구 107만 2000명 가운데 22%인 24만 4002명이 독거노인이다. 이 가운데 56.8%인 13만 8675명은 기초수급자, 차상위자, 장기요양등급자 등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이다. 독거노인 수는 2007년 15만 2851명에서 2011년 23만 3706명으로 급속히 늘고 있다. 노인 자살률도 해마다 증가해 2011년 기준으로 노인 10만명당 90.5명이 자살하고 있다. 전국 평균 79.7명보다 높다. 자살 원인은 우울, 고독, 가족 갈등이 51.2%로 가장 많았고 경제 문제(30.5%), 건강·생활 문제(15.6%) 등이 뒤를 이었다.

도 노인상담센터 김은주 실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노인 자살이 늘고 있는데 진짜로 어려운 노인들은 갈 곳도 없고 가족을 대신해 얘기를 나눠 줄 말벗도 없다”면서 “쪽방을 잡기 어려운 이들에게 안정적인 거처를 마련해 주는 것도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날 도청에서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와 카네이션 하우스 사업 업무 협약을 맺었다. 카네이션 하우스는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공부방 등을 공동생활주택으로 리모델링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충남도 등에서 시행하는 독거노인 공동생활제<서울신문 1월 2일자 2면>를 벤치마킹하고 여기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도는 예산 2억 4000만원과 행정 지원, 대한노인회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연계, 농협은 사업비 1억 2000만원 지원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맡는다. 카네이션 하우스가 들어서는 곳은 안양시 만안구 안양9동 공부방, 여주군 북내면 외룡리 마을회관, 이천시 율면 고당3리 마을회관, 구리시 교문동 경로당, 가평군 북면 백둔리 보건진료소, 연천군 청산면 초성2리 마을회관 등 6곳이다.

김용웅 노인정책팀장은 “노인들에게 제과·제빵 포장, 잡곡 선별, 절임 음식 생산 작업 등의 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범 운영 뒤 성과가 좋으면 내년부터 전 시·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카네이션 하우스는 다음 달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 7월에 문을 연다. 통장이나 부녀회장 등 마을 대표자를 지정해 관리하게 된다. 노인들은 자신의 집에 있으면서 원할 때 공동거주시설에서 취사와 숙박, 작업 등을 하게 된다.

김용연 도 보건복지국장은 “독거노인들이 겨울에 난방비를 아끼려고 난방하지 않고 그냥 잠을 자다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네이션 하우스는 냉·난방이 잘되기 때문에 이 같은 돌발적인 사고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2013-04-16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