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농민들 “우리도 월급 받아요”
수정 2013-06-21 00:00
입력 2013-06-21 00:00
추곡수매 예상액 60% 선지급 “계획적인 생활 가능” 만족 높아
전남 순천시 주암면 오산리에서 농사를 짓는 조경모(65)씨는 20일 “산 중턱에 밭이 있는데 땅을 파니 물이 나오는 그런 좋은 꿈을 꿨더니 다음 날 아침 시로부터 봉급받는 농업인에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너무나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순천시가 지역에서 처음으로 ‘농업인 월급제’를 시행하면서 이날 첫 봉급을 지급했다. 경기 화성시가 전국 처음으로 인센티브식의 농업인 월급제를 도입했다. 순천시는 이를 농업인의 자립심을 키우는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순천시는 농민들이 매년 11월 들어서야 추곡 수매를 통해 돈을 벌고 그 외 기간에는 수익 없이 계속 지출만 하는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벼 재배 농가에서 농협 자체 수매로 출하할 벼에 대한 예상 소득 중 60%를 월별로 나눠 미리 지급하고 수매가 끝나는 11월에 정산하는 제도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간 지급하게 된다. 농민들에게 미리 월급식으로 무이자로 돈을 빌려 주고 가을에 한꺼번에 갚게 하는 방식으로, 조선시대 환곡제도와 비슷하다.
월급은 40㎏들이 150포대를 상한으로 해 440만원을 5개월로 나눈 월 88만원, 최저 한도는 40포대를 기준으로 매월 20만원씩 지급하게 된다. 대상자는 벼 재배 농가로 농협 자체 수매에 출하를 약정한 농업인이다. 31명이 신청한 가운데 친환경 인증, 전업농, 여성 농업인, 중학생 이상 부양 여부 등 5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29명을 선정했다.
시 관계자는 “월 9만여원이 지급되는 노령연금통장을 들여다보며 웃음꽃을 피우는 한 농부의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냈다”면서 “오는 9월 설문조사를 해 반응이 좋으면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2013-06-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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