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베꼈다” 서울시 “보편적 문화”… 등축제 갈등 법정가나
수정 2013-08-01 00:18
입력 2013-08-01 00:00
진주시장 “손배소” 압박에 서울시 “통일신라 시대 시작” 반박
‘등축제’를 놓고 서울시와 경남 진주시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이창희 진주시장이 서울 등축제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비난 수위를 높이자 서울시도 아시아는 물론 우리나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보편적’인 축제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등축제는 불교의 영향을 받아 중국에서 시작됐다. 일본과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에서 널리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삼국사기’에 따르면 진주시가 주장하는 임진왜란보다 훨씬 앞선 통일신라시대(9세기)에 등축제가 열렸다. 또 부산과 대구, 순천, 제주 등 우리나라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에서도 1988년부터 1993년까지 한강에서 유등행사를 열었다. 한 본부장은 “서울 등축제 때문에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쇠퇴하고 지역경제가 위협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면서 “개최 시기와 지리적 장소, 전시 내용이 확연히 구분돼 있어 관람 수요가 겹치지 않고 실제로 서울 등축제가 개최된 2010~2012년 진주남강유등축제 관람객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민도 진주시 주장을 억측이라고 비난했다. 이병근(42·양천구 목동)씨는 “전국의 축제들이 다 비슷비슷하다”면서 “특히 서울과 진주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데 이 시장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상진(39·중랑구 묵동)씨도 “이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선거운동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서울시를 물고 늘어지는 것 같다”면서 “서울시가 더욱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이날 오전 1시간여 동안 서울시 신청사 앞에서 서울시 등축제 중단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시장은 ‘진주남강유등축제 베낀 서울 등축제 중단’,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진주 등축제는 64년 동안 가꿔온 고유의 축제인데 서울시가 베꼈다”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당하게 나와서 입장을 밝히라”고 말했다. 또 그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고 오는 11월 1일부터 열리는 청계천 등축제에 대해 중지가처분 신청도 내겠다”고 덧붙였다.
진주시는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 때 쓰인 통신신호에서 유래한 남강유등을 발전시켜 지역축제를 해오다가 2000년부터 진주남강유등축제라는 이름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오는 10월 1~13일 열린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2013-08-01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