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2년 연속 자살률 1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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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4-02-25 02:05
입력 2014-02-25 00:00

체면 중시하는 ‘양반문화’도 영향

충청도에 자살자가 많은 데는 체면을 중시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른바 ‘양반문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충남도가 24일 도청에서 가진 ‘충남 자살 원인 규명 심리사회적 부검’(심리부검) 결과 보고회에서다. 이 조사는 지난해 11개월간 자살 관련 연구원들이 서산시 등 4개 시·군 25명의 자살자 유족 및 수사 경찰과 면접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보고서는 “충청도 사람은 예의 바르고 꼿꼿하다. 특히 충청도에서 대대로 살아온 노인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아쉬운 소리를 못 한다. 그런 게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남이 알아서 해 주기를 바라 일하는 데 애를 먹는다”는 마을 이장의 말로 특유의 기질을 분석했다.

일부 연구 참가자가 ‘이는 우리 국민의 보편적 정서로 충청도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반박도 했지만 충청도 사람들이 이런 지역 정서가 유난히 강하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충남은 2010년부터 2년 연속 국내에서 자살률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2012년에도 세종 1위, 충북 2위, 충남 3위 등 충청 지역이 상위권을 모두 차지했다.

나머지 조사 내용은 전국적 현상과 비슷하다. 고령화에다 도시와의 경제력 차이가 극심한 농어촌의 자살률이 대체로 높다. 조사 대상 자살자 25명 중 68%인 17명이 60세 이상이다. 72%가 중졸 이하였고 대부분 종교나 취미 생활이 없었다. 외딴 집에서 마을 주민과 소통 없이 생활고, 질병, 외로움에 시달리던 이들이 많았다. 이런 스트레스를 농어촌에 만연한 음주 문화로 풀었고 도움을 줄 병원과 교통 등의 인프라는 열악했다.



자살은 농번기인 4~6월 자택에서, 목매기와 음독 등 손쉬운 방법으로 이뤄졌다. 내성적이고 정이 많은 사람이 자살을 많이 했다는 통계는 도시와 별 차이가 없었다. 도 관계자는 “자살 고위험군 주민 관리, 여가 프로그램 활성화, 마을공동체 강화 등의 정책에다 충청도 기질을 감안해 찾아가는 서비스에도 정성을 쏟겠다”고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14-02-2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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