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왜구 초청 스페인 신부 기념공원 조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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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식 기자
수정 2015-11-30 18:29
입력 2015-11-30 18:29
 임진왜란 당시 왜군 초청으로 조선에 왔던 외국인 신부를 기념하는 공원 조성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됐던 세스페데스 공원이 개장됐다.

 경남 창원시는 30일 서양인으로 처음 조선땅을 밟은 스페인 신부 세스페데스(1551~1611)를 기념해 그가 머물렀던 진해구 남문동 웅천왜성 인근에 ‘세스페데스 공원’을 조성해 이날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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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회 소속 천주교 신부였던 세스페데스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 선봉장이었던 천주교 신자 고니시 유키나가의 초청으로 1593년 12월 27일 조선에 왔다. 그는 고니시가 주둔하고 있던 웅천왜성 안에서 왜군 신도들을 대상으로 미사집전과 교리 강론을 하다 1595년 6월 일본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시는 3억원을 들여 1만 4129㎡의 부지에 스페인 국토 모양의 정원, 세스페데스 신부가 입국하는 모습을 나타낸 황동 조형물, 스페인 건축물 등 스페인 풍의 공원을 만들었다. 외곽에 있던 기념비도 중앙으로 옮겼다.

앞서 세스페데스의 고향인 알카르데테드 주민들은 그가 조선을 방문한 400년째를 맞은 1993년에 청동 기념비를 만들어 당시 진해시(현재 창원시 진해구)에 기증했다.

 세스페데스 공원 조성에 대해 조선침략 선봉장의 초청으로 왔던 서양 신부를 기념해 공원을 조성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조선에 큰 피해를 준 왜군을 따라온 서양 선교사를 기념하기 위해 세금을 들여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 천주교인은 “세스페데스가 조선사람들을 위해 한 일은 없다”면서 “왜군을 따라온 서양인 신부를 기념하는 것은 민족적 신앙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는 세스페데스 신부가 진해 지역에 머물렀던 역사·종교적 의미를 기념하고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공원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개장식에는 곤살로 오르티스 주한 스페인 대사를 비롯해 7개 나라 대사 및 대사대리와 안상수 창원시장, 안명옥 천주교 마산교구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오르티스 대사는 “한국 땅에 우리 모두가 잊을 수 없는 장소가 오늘 생겼다. 세스페데스 공원을 조성한 창원시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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