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말라죽는 ‘울진 금강송’ 병명도 몰라

김상화 기자
수정 2020-06-23 02:10
입력 2020-06-22 21:48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병’도 안 걸려…국유림관리소, 뒤늦게 관리 계획 마련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22일 울진국유림관리소 등에 따르면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서 해마다 산발적으로 금강소나무가 말라죽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201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처음에는 울진에서 시작됐고, 2015년 이후 봉화 등지로 확산되는 추세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소광리 일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2600㏊에 걸친 항공사진을 판독한 결과 1956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사목은 주로 소나무의 서식지 중 높은 고도에 해당하는 해발 600~1000m에 집중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과학원은 겨울철 이상고온 등 반복된 기후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로 금강송이 고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고사목이 있는 지형은 대부분 경사가 심하고 암석이 많은 점을 이유로 생육환경이 나쁠 수 있고 오랜 가뭄 등으로 말라죽을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이후에도 금강송 고사목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한때 가능성이 제기됐던 ‘소나무계의 에이즈’ 소나무 재선충병에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울진국유림관리소는 뒤늦게 올해 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2021~2030년 울진 소강리 금강송 군락지 관리 계획’(가칭)을 마련하기로 했다.
홍성천 경북대 임학과 명예교수는 “금강송 고사목을 제때 제거하지 않을 경우 피해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고사목이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의 유인목이 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울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2020-06-2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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