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하르방’, 80 평생 처음 들어간 부엌서 나눔의 참맛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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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수정 2022-04-19 09:12
입력 2022-04-18 20:42

어르신 ‘돌봄밥상’ 서비스 호평
요리 만들고 기부… 자존감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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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통합돌봄 공유공간 한누리에서 홀몸 어르신들이 돌봄밥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깻잎 반찬을 만들고 있다. 서귀포시 제공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통합돌봄 공유공간 한누리에서 홀몸 어르신들이 돌봄밥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깻잎 반찬을 만들고 있다.
서귀포시 제공
“팔십 평생 한 번도 부엌에 들어간 적이 없어요. 난생처음 부엌에서 멸치볶음, 장조림 등을 만들고 주위에 나눠 주는 활동을 하게 돼 뿌듯해요.”

3년 전 부인과 사별하기 전까지는 부엌일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고창남(82)씨는 18일 제주 서귀포시의 ‘함께하는 돌봄밥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요리에 푹 빠졌다며 즐거워했다. ‘돌봄밥상’은 서귀포시가 지난해 4월 시작한 서귀포형 ABC 통합돌봄 서비스 중 하나다. 서귀포형 ABC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누구나(Anyone), 병원이나 시설에 갈 만큼 아프기 전에(Beforehand),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돌봄(Community)을 뜻한다.

2019년 9월 출범한 노인복지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004명에게 총 2210건의 서비스를 지원했다. 올해는 1116명을 대상으로 ▲안심주거환경개선 ▲AI 안심돌봄 ▲방문 한의진료 등 12개 사업을 추진한다. 함께하는 돌봄밥상도 그 사업 가운데 하나다.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경로당도 못 가고 집안에서만 외롭게 지내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요리수업이다. 75세 이상 홀몸노인들 4~5명이 통합돌봄 공유공간 ‘한누리’에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요리를 배우며 교류한다. 지난 1일에는 양성일 보건복지부 차관이 한누리를 방문해 프로그램에 참관하고 격려하기도 했다.

문정심 서귀포시 통합돌봄지원팀장은 “돌봄밥상 외에도 공예, 한글, 구구팔팔 어르신 건강지원 등 18개 프로그램에 1400여명이 참여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김명선(44)씨는 “어르신들이 무능해진다는 생각에 우울감이 올 수 있는데 같은 처지의 홀몸노인 집을 방문해 반찬을 나눠 주거나 지역아동센터 등을 찾아 나눔활동을 하며 자존감이 올라가고 어둡던 얼굴에 미소를 되찾았다”면서 “최근엔 동아리를 만들어 주자 아파트 내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까지 하는 열정을 보인다”고 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2022-04-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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