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철 제주에 빠진 ‘고사리 관광객’

강동삼 기자
수정 2023-04-18 00:38
입력 2023-04-18 00:38
4월 고사리 장마 뒤 채취 삼매경
길잃음 사고 자주 일어나 주의보
경찰 “2명 이상, 밝은 옷 입어야”
보조 배터리·호각 등 소지 권장도

서귀포시 제공
제주도는 요즘 고사리에 웃고 운다. 4월 고사리가 가장 연하고 맛있어 시골 할머니들은 물론 이주민, 관광객 너나 할 것 없이 고사리 채취에 열중하다 보니 길을 잃는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제주경찰청 등은 길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최근 3년간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길잃음 사고는 모두 288건인데, 이 중 봄철 고사리를 채취하다가 길을 잃은 경우가 113건으로 39%를 차지했다. 풍력발전소가 많은 제주 동부 중산간 마을에서는 풍력발전기에 안심 넘버링(식별번호)을 새겨 길잃음 사고에 대비할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절대 혼자 고사리를 채취하러 가지 말고 밝은 옷을 입고 휴대폰 보조용 배터리·호각 등의 비상용품을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육지는 이맘때면 건조해 산불주의보가 내려지지만, 제주는 어김없이 ‘고사리 장마’가 온다. 올해도 마찬가지. 지난 4~6일, 14~15일에 비가 온 데 이어 19일에도 비가 내릴 예정이다. 비 온 뒤면 고사리가 거짓말처럼 자라나 있다. 꺾어도 꺾어도 자라난다. 많으면 8~9번 정도 새순이 돋아난다. 주로 해발 200~500m 오름과 곶자왈, 들판 등 중산간 지역에 분포한다. 요즘엔 고사리 관광객이 생겨났을 정도다.
제주 고사리는 예로부터 ‘궐채’(蕨菜)라고 불리며 임금님 진상품으로 유명했다. 제주 토박이들은 고사리 명당을 며느리에게도 알려 주지 않는다. 제주살이를 한 지 5년이 넘은 이모(56)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토박이들도 고사리를 꺾으러 갈 때는 절대 같이 가잔 말을 안 해 서운하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서귀포시 남원읍은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한남리 산 76-7 일원에서 제27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를 개최한다. 봄날의 기운을 만끽하면서 ‘꺾으멍, 걸으멍, 쉬멍’(꺾으며·걸으며·쉬며) 고사리를 꺾는 축제에선 고사리 음식 만들기, 고사리 삶고 말리기, 어린이 승마체험, 어린이·청소년 드론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다양한 즐길 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제주 강동삼 기자
2023-04-18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