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예산철 내년 국비 확보 총력

경남도 제공
다른 지자체장들도 예산 요청을 위해 6~7월 중 기재부를 찾아가지만 김 지사의 예산 요청은 기재부 측에서 이들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게 중평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친문 핵심인 만큼 기재부 측에서는 도지사의 요청이 아니라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이 기재부 예산실 모든 부서를 직접 돌며 일일이 인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실세 왕지사로 중앙정부에도 입김이 있는 김 지사의 기재부 예산실 전 부서 방문이 국비 확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예산 활동은 순조롭다. 내년 정부예산에 경남도는 국비 확보 5조 4090억원을 목표로 중앙정부에 요청했고 이미 각 부처에 반영돼 현재 기재부로 넘어간 금액만 5조 7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다른 지자체장들도 기재부 공략에 나서고 있으나 김 지사의 행보와는 대조를 보인다.
야당 소속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년도 국비 예산 확보 결과에 따라 신상필벌을 확실히 하겠다”며 간부들을 독려하고 있다. 국비 확보가 미흡한 실국장은 한 달간 간부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등 배수진을 치고 있다. 이 지사도 지난달 기재부를 방문해 예산실장과 심의관들을 만나 경북도의 어려운 현실을 설파하며 지원을 요청했으나 힘없는 야당 단체장으로서 역부족임을 아는 만큼 직원들을 동원한 것이다.
경북도는 내년도 국비 예산으로 각 부처에 5조 7000억원을 요청했지만 5월 말 기재부로 넘어간 2020년도 부처별 예산안에는 2조 9000억원만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요청 국비의 절반 수준으로 최소 목표인 3조 8000억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도 저인망식으로 기재부 국비 확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 충북 관련 사업의 담당사무관, 과장, 국장 명단을 정리해 이들을 직접 찾아가 협조를 당부한 뒤 예산실장을 만나 국비 지원을 호소하는 식이다.
오세동 충북도 정책기획관은 “담당자들을 만나기 위해 기재부를 훑고 다닌 뒤 예산실장을 찾아가 ‘기재부를 다녀간다’는 인사를 하는 식으로 한 번 더 도움을 당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침 일찍 기재부를 찾아가 담당자를 기다리는 등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이 지사의 극성(?) 때문에 기재부에서 그는 가장 부지런한 단체장으로도 불린다는 후문이다. 충북은 힘있는 국회의원이나 중앙부처에 진출한 사람이 적지만 이 지사 스스로가 관료 출신인 만큼 저인망식 접근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도 4선 국회의원 경력을 밑천 삼아 기재부 실국장 아래 실무진까지 집중 공략하고 있다. 안희정 전 지사 때는 안 전 지사가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했던 만큼 프리미엄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여의치 않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수시로 기재부를 방문해 실무진까지 만나며 국비 지원을 호소한다.
김 지사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여유 있게 움직이는 지자체장들도 더러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앞서 지난 5월 21일 기재부를 방문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만났다. 최 지사와 홍 장관은 춘천고 선후배 사이란 점에서 예산철을 맞아 다른 지자체장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예산철만 되면 학연, 지연을 총동원해야 하는데 김 지사는 남다르다”면서 “일반 시도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9-07-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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