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건보 흑자 ‘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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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수정 2015-02-17 01:26
입력 2015-02-17 00:12

수입 늘고 급여지출 둔화 여파…누적 적립금 13조원 육박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4조 5869억원의 사상 최대 당기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 흑자가 4조원을 넘어선 것은 1977년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재정 흑자로 인한 누적적립금 규모는 12조 8072억원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2011년 6008억원에 이어 2012년 3조 157억원, 2013년 3조 6446억원, 2014년 4조 5869억원의 당기 흑자를 내는 등 4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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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16일 발표한 ‘2014년 건강보험 재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총수입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48조 5024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을 통틀어 규모가 가장 크다. 이처럼 건강보험 곳간은 넉넉한 반면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보장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남아도는 재정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흑자 행진의 직접적인 원인은 총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험급여비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은 느는 반면 보험급여비 증가율이 예전만큼 높지 않아 건강보험 재정이 남아도는 것이다. 과거(2005~2011년) 보험급여비를 포함한 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12.0%였으나 최근 3년(2012~2014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5.5%밖에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보험급여비 증가율이 둔화된 이유로 경기 침체, 건강 행태 변화, 의료기술 발전, 환경요인 개선, 건강하게 늙어 가는 ‘건강한 고령화’ 등을 꼽았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김종명 건강보험하나로 팀장은 “건강보험 보장률은 62%에 불과한데 불경기가 계속되다 보니 서민들이 아파도 병원을 가지 않아 의료 이용량이 많이 줄면서 흑자가 난 것”이라며 “이 돈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 국민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건강보험 보장률은 약 80.0%인 반면 우리나라의 보장률은 2009년 65.0%에서 2010년 63.6%, 2011년 63.0%, 2012년 62.5%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적정 수준의 준비금을 적립하는 한편 누적적립금의 잉여금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등에 사용해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관리를 잘해 이처럼 건강한 고령화가 계속될 경우 고령화에 따른 재정 적자를 피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적자 폭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피부양률이 감소한다는 가정에서 재정수지를 살펴본 결과 순수 고령화를 고려한 경우 2030년 28조원, 2050년 90조원, 2060년 108조원의 적자가 예상됐다. 반면 건강한 고령화를 고려해 재정수지를 추계하자 2030년 16조 2000억원, 2050년 59조 3000억원, 2060년 70조 4000억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5-02-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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