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예보 발령 첫날] “2년전 악몽 또 오나” 속타는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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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화 기자
수정 2005-10-15 10:36
입력 2005-10-15 00:00
“조류독감이 오지도 않았는데, 이거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충북 음성군 삼성면 청룡리에서 산란계 3만마리를 사육중인 박덕규(56)씨는 분통부터 터뜨렸다. 조류독감 공포가 엄습하면서 계란과 육계값이 떨어지고, 소비가 줄어드는 등 피해가 이어지자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박씨는 2003년 12월10일 국내에서 처음 발병된 조류독감 첫 신고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신고가 늦었을 뿐 이미 천안 등에서도 발병이 됐었다.”면서 “그런 데도 첫 발병지라며 엄청 욕을 먹어 조류독감이라는 말만 나와도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계란값 40%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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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비상  14일 조류독감 발생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부산시 강서구 송백도에 있는 한 양계장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 왕상관기자 skwang@seoul.co.kr
방역 비상
14일 조류독감 발생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부산시 강서구 송백도에 있는 한 양계장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 왕상관기자 skwang@seoul.co.kr
박씨는 당시 산란계 2만 6000마리를 길렀으나 조류독감으로 대부분 죽으면서 7000마리분만 보상받았다. 박씨는 “그 충격으로 1년을 쉬다 친환경 계란을 생산, 회사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바꿨다.”면서 “그 때 망해 빚 4억 5000만원을 졌는데 지금은 더 늘었다.”고 조류독감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

충남 천안 풍세면 용정리에서 닭 3만마리를 키우고 있는 배종옥(42)씨는 “일부 학자들이 조류독감이 확산되면 수백만명이 죽느니 사느니하면서 계란값이 폭락하고 있다.”고 말했다.2주 전 개당 110∼120원하던 도매가가 지금은 70∼74원 정도로 크게 떨어져 있다는 게 배씨의 얘기다.

아산시 배방면 북수리에서 육계 7만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강용식(51)씨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육계값은 현재 1㎏에 900∼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의 1500∼1700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강씨는 “이 가격은 1300원대인 생산비도 안되는 것”이라며 “이 상황이 계속되면 값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속만 끓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23년째 육계를 생산해온 전남 나주시 반남면 청송리 정종식(52)씨는 “매스컴에서 조류독감이 위험하다고 호들갑을 떨어 양계농가는 다 죽게 생겼다.”며 “소비마저 줄어 출하날짜를 넘기게 되고 사료값이 더 들어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에서 산란계 9만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권영택(53)씨는 “조류독감 소식에 소비가 위축되면서 양계가격이 이미 폭락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닭 가공업체도 죽을 맛

닭고기 전문업체인 ㈜하림은 하루평균 출하량(주문량)이 30% 정도 줄어들었다. 종전 하루 34만∼35만마리의 닭고기가 소비됐으나 최근 조류독감 공포가 확산되면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산지가격도 급격히 하락, 성수기인 7∼8월에 비해 50% 떨어졌고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0% 정도 하락했다.

하루 2만마리의 오리를 가공하는 국내 최대 오리가공업체 화인코리아(나주시 금천면)는 이달들어 조류독감이야기가 나오면서 총매출액이 20%가량 떨어졌다.2003년 조류독감 직격탄으로 부도처리된 뒤 기사회생한 이 회사는 또 다시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림 김대식 홍보팀장은 “닭고기는 배추·무와 같은 생필품인 만큼 가격, 소비변화에 대단히 민감하다.”면서 “조류독감 우려속에 매일 가격과 출하량이 요동을 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용하게 대응해달라

조류독감이 휩쓸었던 천안과 음성은 물론 국내 양계농가에서는 자치단체 등의 협조를 얻어 사육장 주변을 소독하고 출입자와 출입차량을 통제하며 조류독감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조류독감의 매개체로 알려진 철새들이 찾는 천수만과 형산강 등 도래지 주변 농가에서는 그물을 치거나 총을 쏴 철새를 내쫓는 등 예방활동을 더 철저히 펴고 있다. 강용식씨는 “이러다 양계농장 기반이 모두 무너질 판”이라며 “오지도 않은 조류독감에 너무 법석을 떠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천안 이천열·나주 남기창

경주 김상화기자 sky@seoul.co.kr
2005-10-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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