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포커스] 행정인턴 소속따라 울고 웃고
수정 2010-04-17 01:04
입력 2010-04-17 00:00
전화받고 서류철 만들고 ‘머슴신세’ vs 외국어공부까지 할 수 있는 꽃보직도

정부는 행정인턴이 단순 업무보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자 올해는 교육과 취업을 연계하고 분야별 맞춤교육을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또한 일부 ‘꽃보직 중앙부처’에 국한된 얘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창고정리 할 때도” 하소연
서울시의 한 주민센터 행정인턴 최모(28)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직원들 시간외 근무 입력에 창고정리까지 ‘머슴신세’가 따로 없다.”는 게 최씨의 하소연이다. 중·고교에서 근무하는 행정인턴들도 “공익요원들 업무를 나눠 맡아 처리하거나 인터넷으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고 ‘꽃보직’이 없는 건 아니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인턴들은 지난해 인턴들과 비교해 업무 만족도가 향상됐다는 평가다. 전문직 공무원들 어깨너머로 정책업무도 접하고 능력개발카드를 활용해 업무 보충교육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에 근무하는 행정인턴 유모(25)씨는 “국제관계학을 전공해서 국제기구에 취업하고 싶은데 유학 다녀온 실무자들이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면서 “행안부에서 실시하는 온라인교육으로 영어, 중국어도 따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인턴 송모(24·여)씨도 “국가 브랜드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면서 “행안부에서 대통령 행사, 국가 상징과 관련한 일들을 많이 다뤄 대학원에 진학하면 당장 논문에 활용해도 될 정도”라고 전했다.
●중앙부처 인기 단연 높아
이렇다 보니 올해 부처별 행정인턴 경쟁률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히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 13대1, 감사원 9.2대1 등 중앙부처의 인기는 단연 높았다. 청와대의 경우 100대1이 넘는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부산, 충북, 전남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재공모에 나서기도 했다.
행정인턴을 관장하는 행안부는 올해 분야별 맞춤교육, 중소기업과 연계한 현장수습 프로그램 등을 새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 인턴들 사이에선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반응이다. 한 인턴은 “지방권역별 인턴 간담회가 열리고 있지만 명사 초청 특강 위주의 일회성 행사”라고 털어놨다.
여기에 행정인턴 계약기간이 지난해 11개월에서 올해 5개월로 반토막 나고 주4일 30시간 근무로 줄어든 것 역시 인턴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시급이 4500원이 채 안 돼 최저임금을 갓 넘긴 수준이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금요일 휴무로 취업활동과 자기계발 시간을 보장해 주려는 취지”라면서 “영업마케팅, 회계·재무·경리, 인사·총무 등 주요 분야에 대한 직무교육 계획을 마련하는 등 인턴업무의 질 향상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연 남상헌기자 oscal@seoul.co.kr
2010-04-17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