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포커스] 행안부직원들의 ‘사랑의 집 고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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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0-07-10 00:00
입력 2010-07-10 00:00

“무더위에 노인 위해 애써줘 고마워”

“이제야 사람 사는 집 같습니다. 말도 못하게 힘들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와서 싹 고쳐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이제야 사람 사는 집 같아”

작은 냉장고 하나 놓으면 지나가기도 어려운 비좁은 주방, 고개를 돌리면 바로 나오는 안방. 서울 중화동에 사는 박모(65) 할머니는 10여년간 이런 집에서 홀로 살아왔다.

여름이면 천장과 바닥에서 새어드는 빗물 때문에 걸레를 대 놓아야 하고, 벽에는 시커먼 곰팡이가 사시사철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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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직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화동 박모씨 집에서 ‘사랑의 집 고치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행안부 제공
행정안전부 직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화동 박모씨 집에서 ‘사랑의 집 고치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행안부 제공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아 거동이 힘든 데다 1999년 남편과 이혼한 뒤 기분부전증(가벼운 우울증이 지속되는 상태)과 ‘해리성 정체 장애(복수의 인격으로 인한 정체성 혼동)’까지 겹쳤다. 소득은 동주민센터에서 지급하는 기초생활수급 비용 30만원이 전부다.

더 이상 번질 데도 없는 곰팡이를 보면서 “이게 사람 사는 건가.”하고 한숨이 나왔지만 딱히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박 할머니에게는 ‘선한 이웃’들이 있었다.

박 할머니의 딱한 사정은 이웃들에 의해 동주민센터로 알려졌고, 다시 한국 사랑의 집 짓기 운동(한국 해비탯) 서울 지회에까지 전해졌다. 결국 한국 해비탯으로부터 소식을 들은 행정안전부 직원들이 박 할머니를 돕기 위해 나섰다.

류성수 주무관을 비롯한 12명의 행안부 직원들이 지난달 30일 박 할머니의 집을 찾아 대공사를 펼쳤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작업이 쉽지는 않았지만 집이 모양을 갖춰갈수록 힘이 났다. 류 주무관은 “이런 환경에서 할머니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의아할 정도로 열악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습기 가득한 장판을 들어내고 벽지도 뜯어낸 뒤 곰팡이를 모두 긁어냈다. 녹슨 싱크대를 밖으로 빼내고 새 제품으로 교체했다. 겨울이면 찬바람이 그대로 들이치던 창문에는 단열재를 끼워 보강했다.

원래 색깔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변색됐던 벽은 베이지색 벽지로 깨끗이 도배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동네 복지관에 가 있던 박 할머니는 저녁 때 집으로 돌아와 깜짝 놀랐다.

●벽지 갈고 싱크대도 새것으로

방 전체에 감돌던 퀴퀴한 냄새는 싹 사라졌고, 벌레가 기어다니던 장판도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새로 들여온 싱크대는 허리높이에 딱 맞았다.

박 할머니는 “새집에 들어온 것 같다.”면서 “날도 더운데 늙은 사람 위해서 힘써 줘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현장작업을 총괄했던 류 주무관은 “오히려 저희가 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화장실 천장에도 금이 가 있는데 마저 고쳐 드리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2008년부터 취약계층돕기 활동

행안부의 봉사활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부터 지적장애아동·무의탁 노인 등 취약계층 10가구에 교육비와 의료비 명목으로 매월 1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봉사의 날’로 정해 서울 시내 사회복지관에서 무료 급식봉사도 하고 있다. 재원은 모두 직원들 급여에서 적게는 1500원에서 많게는 1만원까지 공제한 돈으로 충당한다.

직원들 스스로도 봉사활동에 매력을 느끼지만 행안부가 다른 어느 정부부처보다 국민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집 고치기’도 이번 봉사를 계기로 분기별로 1회씩 진행할 계획이다. 8월에는 을지연습이 예정돼 있어 가을쯤 두 번째 ‘이웃’을 찾아가기로 했다.

대외 봉사활동업무를 담당하는 김정한 사무관은 “예산과 인력, 근무시간 등 실질적인 한계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런 어려움을 딛고 봉사를 실천할 때 참된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남상헌기자 kize@seoul.co.kr
2010-07-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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