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뽑기’도 좋지만…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10-11-16 00:44
입력 2010-11-16 00:00

정부 추진 ‘규제형평제도’ 논란 “지나친 예외인정 현기준 무력화”

정부가 획일적 규제 적용으로 피해를 받는 국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도입하는 ‘규제형평제도’가 오히려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행정기관의 재량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전봇대 뽑기’로 시작된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추진하는 ‘행정규제의 피해구제 및 형평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안(규제형평법안)’은 인허가 등에 있어 획일적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개인이 규제 완화 여부를 권익위에서 사전에 심사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권익위는 심사 결과 청구인이 특수한 상황이라 기존의 규제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규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예외를 인정, 해당 행정청에 규제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집행하라고 권고할 수 있다. 이 법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합리한 규제의 피해를 구제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기존 규제 기준을 무력화한다는 점 등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권익위가 전 부처에 걸쳐 있는 산업·환경·금융 등의 인허가 등 각종 규제를 심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다.

중앙 부처의 한 관계자는 “기존 법 체계 내에서 행정기관의 재량권 확보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별도의 법을 만들어 해결하려는 것은 세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정부 스스로 규제정책의 일관성을 포기한 셈”이라고 밝혔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김선웅 변호사는 “미국과 독일에서 규제형평제도를 운영하지만 조세에 국한하거나 해당기관에서 규제 완화 여부를 결정하지 권익위에서처럼 전 행정기관에 대한 규제심사를 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행정기관의 규제기준을 무력화시켜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10-11-16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