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 年3600억 보전 ‘밑빠진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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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0-12-24 00:38
입력 2010-12-24 00:00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도로와 터널, 다리 등 사회기반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초기 수요 예측을 잘못해 한해 3600억원 이상의 나랏돈이 민간에 지불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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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기획재정부의 ‘2010년 민간투자사업 종합평가’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민간이 BTO 사업(Build-Transfer-Operate·수익형 민자사업)을 통해 건설한 기반시설의 운용손실 보전에 2008년 한해 동안 3809억 9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민간에서 수익이 생겨 돌려받은 금액은 181억 6000만원에 불과했다. 과거 BTO 사업을 하면서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무리하게 적용한 탓이다. MRG 제도는 2006년 폐지됐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이 두고두고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BTO는 민간기업이 도로, 항만, 교량, 터널, 하수도 등을 건설한 뒤 이를 직접 운영해 얻은 수익으로 초기 건설비 등을 보전하는 사회간접자본 건설 방식이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BTO 사업을 벌이면서 민간 참여의 활성화를 위해 운영수입보장 약속을 남발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통상 예상수익의 90%를 민간에 보장해 줬다. 연간 1000억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지어진 고속도로가 실제로 500억원밖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정부·지자체가 예상치의 90%(900억원)에 맞춰 400억원을 보전하는 식이다. 반대로 운영수입이 예상치의 110%를 웃돌면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모두 정부·지자체의 몫이 된다. 하지만 업체들이 예상수익을 워낙 높게 잡았기 때문에 이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는 2008년 인천공항고속도로 운영업체에 808억원, 공항철도에 1040억원을 지급했다. 대구·부산 고속도로와 천안·논산 고속도로에도 각각 668억원과 390억원이 나갔다. 지자체들은 잘못 맺은 계약들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광주광역시는 시 외곽을 도는 제2순환도로를 만들었지만 이용자가 적어 한해 229억원을 물어내고 있다. 올해 광주시가 겨울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 지원을 위해 책정한 예산이 34억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1만 7000여명 결식아동의 6년치 급식비가 썽둥썽둥 잘려 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인천시도 문학산·원적산·만월산 터널 3곳에 연간 188억원의 공돈이 들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우면산터널 운영사에 81억원, 부산시는 수정산터널 운영사에 60억원을 수입보장금으로 내줬다.

모두 사업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초기 수요예측이 실제 교통량 등에 비해 뻥튀기된 결과다. 실제로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사업 초기 민자사업단이 추정한 하루 통행량은 12만 6227대였다. 하지만 올해 통행량은 5만 3992대로 절반이 채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손해 보는 장사를 최대 30년까지 이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손의영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정부와 자치단체는 사업 시행자와 재협상을 통해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최소 수입보장 기간을 줄이고 보장 비율도 90%에서 80%로 축소하는 등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특히 통행료가 지나치게 비싸서 이용도가 떨어지는 도로는 할인을 해서 수요를 창출한다든지 하는 대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10-12-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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