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대장형’ 가장 꼴불견 ‘지혜로운 선장형’ 좋아요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11-02-10 00:00
입력 2011-02-10 00:00

공무원교육원 ‘과장 Do & Don’t 매뉴얼’ 눈길

“본인이 써야 할 보고서를 맡겨 놓고 출장을 가는 과장은 싫어요.”

“순전히 보고를 위한 정책기획 주문은 피해 주세요.”

“업무에 지나치게 관여하거나 개인적 친소관계로 좋은 직원만 챙기고 싫은 부하는 왕따시키는 골목대장 스타일은 질색입니다.”

이미지 확대


중앙공무원교육원(중공교)이 과장 승진대상 서기관들에게서 청취한 자료를 바탕으로 일명 ‘과장 매뉴얼’을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제목은 ‘과장 Do and Don’t’(가칭).

지난해 과장후보 핵심역량교육을 받은 32개 부처 서기관 369명이 직접 겪었던 상사 유형 중 싫었던 사례와 본받고 싶은 사례들을 골라 추려낸 자료다.

일과 조직·성과관리, 의사소통, 동기부여 등 4가지 측면에서 각각 바람직한 과장상과 더불어 절대 따르면 안 될 모형도 제시했다.

일할 때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장은 ‘지혜로운 선장’형이었다. 부서 목표에 들어맞는 실용적인 기획을 세우고 정책과제에 대해 명확히 방향제시를 해 주는 타입을 원했다.

조사에 답한 한 직원은 “일일이 참견하기보다 방향설정만 하고 불필요한 보고는 최대한 줄여 주는 상사가 좋다.”면서 “대신 주기적으로 업무점검을 하고 성과·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상사 후보”라고 평했다.

직원들 사이 이해관계를 잘 조정해 주는 ‘눈치형’도 환영받았다. 다른 부서와 협력을 잘하는 과장, 중요한 일정을 미리 공지해 주는 과장, 색다른 회식 등 의사소통에 신경 쓰는 과장 등이 이런 유형이었다. 칭찬과 질책은 그 자리에서 바로 구체적으로 하고 올바른 호칭을 사용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반면 무조건적인 ‘나를 따르라’형 과장, 우유부단 스타일은 대표적인 기피대상으로 꼽혔다. 직원 업무에 지나치게 관여하거나 독단적인 의사결정, 내 부서만의 업무추진, 친소관계로 직원 평가하기 등은 과장 금기사항으로 제시됐다.

한편 신세대 직원들은 비교당하는 것에 반기를 들었다. “예전에는 더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일했다.”는 식으로 과거 잣대를 직원들에게 들이밀거나 일 잘하는 직원에게만 일을 몰아주는 과장은 싫다는 답이 많았다. 이 밖에 상부 지시내용을 확대해서 부하에게 지시하거나 공은 빼앗고 과오는 덮어씌우는 형도 ‘욕먹는 과장’ 유형이었다.

행정안전부 황모 서기관은 “대개 팀장급인 서기관이 과장 업무를 옆에서 가장 가까이 지켜보는데 늘어지는 회의, 우유부단한 의사결정를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모르는 경우가 꽤 많다.”고 말했다.

중공교 관계자는 “과장 매뉴얼을 3월 시작되는 과장후보자 핵심역량교육 때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현직 과장들에게 참고자료로 전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11-02-10 1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