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90여곳 ‘최저가 낙찰제’ 서류 위·변조 실태와 문제점
수정 2011-11-30 01:06
입력 2011-11-30 00:00
발주기관 직인 위조해 시공실적 조작해도 ‘형식 검증’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최저가 낙찰제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건설업체들은 서류 위·변조 등 상식을 뛰어넘은 ‘무법천지’ 행태를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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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은 지난해 감사원의 공공부문 최저가 낙찰제 공사에 입찰서류 위·변조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최근 4년간 진행된 400여건의 공사에 참여한 240여개 업체 및 이들이 제출한 4100여건의 서류를 전수 조사했다. 업체가 제출한 시공실적 확인서와 세금계산서를 조사한 결과 금액을 낮추거나 기관 직인 등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같은 위·변조를 감행한 건설업체는 조달청에서 지정한 부정당 업체 68곳에다 지자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추가로 지정할 업체까지 합하면 90여곳으로 불어난다.

조달청이 적발한 시공실적 확인서 위·변조 행위는 2010년 상반기 이전 공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심사가 적용될 때다. 저가심사는 입찰자가 제출한 공정별 입찰금액을 비교하여 부적정 공종(工種)수가 전체 공정수의 20% 이상인 경우 자동 탈락(1단계 심사)시키고, 저가심의 기준 및 각 발주기관의 저가심의 세부기준에서 절감사유로 인정하는 기준에 따라 심사위원회에서 부적정 공종에 대한 절감사유의 적정성을 심사, 낙찰자를 결정(2단계 심사)한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은 영악했다. 기술개발 및 견적능력 향상을 통해 발굴한 절감사유만큼 입찰금액을 적어내기보다는 1단계 심사통과를 위해 절감여부 및 현장 이행가능성과 관계없이 가장 낮은 가격으로 공종별 입찰금액을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한 건설업체는 한국도로공사에서 발주한 “고속국도 제65호선 주문진~속초 간 건설공사 6공구”입찰에 참여하면서, 입찰 전 모든 입찰참여업체와 투찰정보를 공유하여 최저가 투찰을 위해 저가투찰공종을 선정하였으며, 저가투찰공종을 목표 입찰금액에 맞추기 위하여 절감사유서 관련 증빙자료를 투찰금액에 맞게 허위로 만들었다.
이러한 서류 위·변조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도 확인됐다. 감사원이 조달청, LH, 한국도로공사에서 발주한 77건의 최저가 낙찰공사를 대상으로 절감사유서의 진위를 확인한 결과, 34건(44.7%)에서 서류 위·변조가 확인되었다. 나머지도 진위를 확인 가능한 서류가 없거나, 발급기관에서 내용 확인 없이 발급한 엉터리 시공실적확인서였다.
●조작 부추긴 형식적 점검
문제는 서류의 위·변조를 적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계약이 시급한 국책공사인 데다 공사 1건에 제출되는 서류만 1000쪽에 달해 검증에만 2~3개월이 소요된다. 결국 심사는 건설사의 제출 서류에 의존해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조달청은 ‘제출서류가 엄청나다.’는 불만에 대해 “예산에 맞춰 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시공실적확인서와 세금계산서 등의 증명서를 제출하게 했는데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해 지난 6월부터 제도를 개선해 서류 제출은 없앴으며 대신 조달청에서 조사한 기준가격으로 적정성을 체크하고 대신 기술성 심사를 강화했다.”고 해명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2011-11-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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