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 재사용시장 영세업체·대기업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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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3-06-04 00:32
입력 2013-06-04 00:00

車정비·재활용 소규모 업체들 부품 고쳐 팔아 겨우 사업 유지

대기업들이 폐기물 재사용 시장에 활발히 뛰어들면서 기존 영세 재활용 업체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3일 정부와 자동차정비 업계에 따르면 현대 글로비스와 만도 등 대기업이 자동차 부품 재제조(再製造)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득권을 내세운 재활용업체(정비업체 포함)와 갈등을 빚고 있다. 재제조 부품은 사용 후 폐품을 회수한 뒤 분해·세척·재조립 등의 과정을 거쳐 새롭게 만든 부품을 말한다.

그동안 자동차 재사용 부품은 영세 재활용 업체나 정비업체에서 고장난 부품을 고쳐서 싼값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해 왔다.

현재 자동차 정비업체는 3만여개로 이 가운데 8000여곳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서 가맹점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구조를 놓고 영세 재활용 업체들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며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비스와 만도까지 재제조 시장에 합세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재제조 품목은 자동차 10개 내장품목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 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반면 기존 업체들은 환경부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활용 가능 자원을 수리·수선해 재사용하고 있다. 영세한 정비 업체들은 “재제조 품목은 인증 기준이 까다롭고 부품 조달이나 특허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면서 “인증업체 대부분은 만도나 현대자동차의 부품 공급업체로 실질적으로 시장을 대기업이 장악하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산업부는 재제조 산업 육성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자동차부품연구원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품질인증 체계와 유통이력 관리, 애프터서비스망 구축 등으로 재제조 산업을 지원한다. 또한 자동차부품연구원은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서 주관하는 재제조 부품 품질인증 실험과 대상품목 고시, 기술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탄탄한 조직력으로 산업부는 기존 10개의 재제조 품목 외에 범퍼·도어 등 자동차 외장품과 토너카트리지 등 18개 품목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확대 대상 품목을 환경부에 전달하며 검토 의견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재제조 품질인증 주체는 산업부 장관, 대상 품목은 환경부 장관이 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존 재활용 업체와 자동차 정비업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서울 광진구 포나인정비업체 서성호 대표는 “자동차 범퍼나 문짝 등 외장부품은 수십년 동안 폐차장에서 부품을 구해 고친 다음 도색 후 재사용해 왔다”면서 “대기업이 만든 재제조품이 우월함을 앞세워 홍보한다면 영세 재활용 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환경단체 관계자 역시 “재제조 부품은 순정 부품과 가격 차가 크지 않아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순정 부품을 선호하게 된다”면서 “이럴 경우 폐기물 자원의 재사용 촉진 의미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2013-06-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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