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현장 르포] (상)소방방재시스템 구축 공동행정컨설팅
수정 2014-10-28 01:42
입력 2014-10-28 00:00
부처 간 칸막이 허문 ‘방재 한류’의 힘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안전행정부, 서울시, 서울시립대 등 정부, 지방자치단체, 학계 관계자들이 방글라데시 소방방재청이 한국 정부에 요청한 소방방재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공행정컨설팅을 위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를 찾았다. 양국 관계자들이 현지 실정에 적합한 시스템 구축 방안과 협력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서울신문이 동행했다.
방글라데시 소방방재청이 재난안전시스템 구축에 나서면서 도움을 받기 위해 찾은 곳은 서울시 종합방재센터였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종합방재상황실을 둘러본 방글라데시 방재청 관계자들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다카 사무소를 통해 한국 정부에 소방방재시스템 구축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외교부와 코이카, 안전행정부, 서울시 등 평소 왕래가 없던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방글라데시 소방방재 역량 강화를 목표로 공공행정컨설팅을 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개발도상국을 돕기 위한 공적개발원조에서 가장 고질적인 지적 사항은 ‘부처 간 연계가 미흡하다’는 칸막이 문제다. 정부기관이 제각각 사업을 벌이다 보니 중복 투자와 사각지대가 동시에 발생하고, 예산 낭비 논란까지 나오게 된다. 중장기 종합 계획 속에서 부처 간 협력을 해야 하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방글라데시 소방방재 역량 강화 사업은 매우 특이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8일 아침 이병철 안행부 행정한류담당관과 정재후 소방재난본부 안전지원과 팀장, 윤명오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등이 방글라데시를 방문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모였다. 이들이 싱가포르를 경유해 방글라데시 다카에 도착한 것은 자정 즈음이었다. 다음날 오전부터 1박 2일 동안 현지 방재청에 세부 실행 계획서를 발표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라나플라자 등 사고 잔해가 있는 현장을 방문했다. 코이카 다카 사무소를 방문해 협업을 위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안행부와 서울시, 서울시립대는 그동안 지난 8월 1차 조사를 바탕으로 실행 계획을 마련했다. 추가 자료나 방글라데시 정부 동향을 비롯한 현지 실정은 코이카 다카 사무소에서 적극적으로 조언해 줬다. 핵심적인 내용은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정보 분석 시스템, 소방관 훈련 시스템, 행정 처리와 지원 시스템 등이다. 종합상황실 설치를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반응은 말 그대로 최고였다. 알리 아흐메드 칸 방재청장은 윤 교수가 20분에 걸쳐 발표한 프레젠테이션을 들은 뒤 “방글라데시 현지 상황을 최대한 반영한, 최적화된 대안으로 높이 평가한다”면서 “정말 인상적이다. 우리는 상호 협조 관계를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즉석에서 “오늘 저녁은 내가 사겠다”며 한국 방문단을 시내 고급 식당에 초청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1차 방문 당시 훈련센터 책임자가 ‘우리에겐 열정과 체력이 있는데 시설이 없다’며 도움을 요청하던 게 생각난다”면서 “방글라데시를 돕는 과정을 통해 한국 공공부문의 역량도 높아지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지훈 코이카 다카 사무소 부소장은 “현지에서 대외원조업무를 해 보면 한국 정부 부처 간 협업과 긴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다”며 “방글라데시 소방방재시스템 구축이 잘된다면 양국 간 교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 사진 다카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4-10-2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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