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사각지대’ 해결책은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기본 조건도 안 돼
“모든 소상공인 보험료 지원 대책도 필요”
20대 국회서 특수고용직 가입 대상 제외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정부가 고용보험을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취약층을 지탱하려면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직업훈련을 지원해 재취업을 유도하는 고용안전망이 튼튼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심각한 불일치가 존재한다. 보험료를 납부해야 고용보험이 주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고용보험 혜택을 가장 필요로 하는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은 고용보험 가입률이 매우 낮거나 아예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고용보험이 먼 나라 얘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3월 9일 발표한 임기 후반기 일자리정책 추진 방향에서 “사람·노동 중심의 일자리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2022년까지 고용보험 1500만명 가입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 고용보험 가입자는 2016년 1250만명에서 2019년 상반기 1353만명, 지난 3월에는 1378만명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이조차 전체 경제활동인구 2778만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정규직 가입률이 2009년 67.6%에서 지난해 87.2%로 두 자릿수 증가한 반면 비정규직은 같은 기간 42.8%에서 44.9%로 2.1%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11일 “실질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대한 조사가 가구별 방문조사로 진행되다 보니 당사자가 답변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들의 고용보험 가입 규모 추정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우선 미가입 여부가 불명확한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180일 이상 근무’와 같은 5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 기본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가입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만 놓고 보면 더 큰 사각지대인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는 국회는 물론 정부조차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2011년 법 개정으로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고 2015년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으로 고용보험료 일부를 지원할 수 있게 되는 등 단계적으로 지원이 늘어났지만 3월 기준 가입자는 전체 자영업자 553만명 중 0.4%인 2만 4731명에 그친다. 박충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자영업자는 평균적으로 근로소득자보다 소득이 적다”면서 “모든 소상공인의 보험료를 지원해 고용보험에 포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20-05-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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