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탐방-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슬람권에 한국 인삼·유자를 유행시키다… 그것이 창조농업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13-08-12 00:00
입력 2013-08-12 00:00

김재수 aT 사장 ‘생산 이후의 농업’을 말하다 - 대담 김태균 경제부장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일자리를 늘리기가 어렵지요. 하지만 생산 이후의 가공, 유통, 수출 등 분야에서는 무한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다.” 김재수(56)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우리나라 농업구조를 ‘생산 농업’에서 ‘생산 이후의 농업’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적인 발상의 전환을 말했다. 그는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국산 가공식품의 수출 증가를 일례로 들었다. 우리의 노력이 바탕이 돼 입맛이 전혀 다를 것 같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한국산 가공 식품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에고치로 인공고막을 만들어 사양길에 있던 잠업을 되살린 것도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창조농업’의 성공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산물 무역 역조가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도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기우(杞憂)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이미지 확대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이슬람 문화권이 우리나라 식품 수출의 새로운 활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식품의 현지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이슬람 문화권은 인구만 20억명이고 식품시장의 규모는 연간 7000억 달러 수준이다. 전 세계 식품시장이 5조 4000억 달러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이슬람권은 세계 식품시장의 13%에 이르는 ‘블루오션’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전체 식품 수출의 10.5%(8억 4000만 달러)를 이슬람 문화권에서 달성했다. 전년보다 9.4% 늘어났다. 담배나 커피제품, 고등어, 명태 등이 많이 수출된다. 국가별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2억 2450만 달러)의 수출액이 가장 많고 인도네시아(1억 5190만 달러), 아프가니스탄(9280억 달러) 순이다.

→이슬람권 수출을 위해서는 ‘할랄’ 인증이 중요하지 않나.

-이슬람 문화권의 식품 수출 인증을 ‘할랄’이라고 부른다. 이슬람어로 ‘허용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도살·가공된 식품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식품에 이슬람에서 금기인 돼지 추출 성분이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이슬람중앙회 소속 한국할랄위원회에서 ‘한국 할랄’을 인증해 준다.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공신력 높은 ‘말레이시아 할랄’에 비해 인지도가 부족하다. 그래서 한국 식품이 한국 할랄을 받을 경우 말레이시아 할랄과 같은 동등성을 인정하도록 말레이시아 정부에 신청해 지난달 초 허가를 받았다. 이슬람권 수출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현재 할랄 인증은 세계적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가 가장 유명하다. 곧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에서도 ‘한국 할랄’의 동등성 효력을 인정받을 예정이다.

→이슬람권이라고 해도 국가마다 식품에 대한 기호가 다를 텐데.

-그렇다. 국가별로 특화된 수출품목 육성이 필요하다. 사우디와 이집트는 면이나 배, 유자를 선호하고, UAE·터키·이란 등은 인삼이나 과즙음료, 담배를 원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소스류, 면류, 커피 등의 수출이 잘된다. 2017년까지 20억 달러 수출이 목표다. aT는 올해 이슬람 지역에서 수출업체의 개별 박람회를 14회 지원한다. 카자흐스탄과 UAE 아부다비의 전시회에 참여해 한국식품관을 운영하고 이슬람권 대학에서 한식 강좌를 열 계획이다. 또 이슬람권 특급 호텔 2곳에서 한식요리법을 교육한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은 중요하고 오래된 과제지만 시원한 해결책은 없는 듯하다.

-aT가 하는 일 중 80~90%가 유통구조 개선일 것이다. 사실 그동안은 공판장을 짓고 경매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쪽으로 유통구조 개선 정책이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는 정착됐지만 농산물의 수급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너무 커졌다. 가장 큰 고민은 유통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류비와 인건비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를 볼 때 사이버 거래를 통해 물류비와 인건비를 대폭 낮추는 방법이 가장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 우리 공사가 ‘농수산물 사이버 거래소’를 운영하는 이유다.

→정부의 농산물 수급 정보가 많이 틀리는 것도 원인 아닌가.

-맞다. 배추 파동이 오면 1000원짜리가 5배, 10배씩 오르기도 한다. 이상기후가 증가하면서 기후 예측이 힘들어졌다. 농산물 수급 관측 기법도 좀 더 발전해야 한다. aT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수급상황실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에 빠른 유통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창조경제’가 화두인데 농업 분야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

-농업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꽃을 피울 수 있는 대지(大地)다. 사양산업이었던 잠업은 차(茶), 화장품, 치약을 만드는 재료로 쓰이면서 최첨단 사업으로 변신했다. 인공고막도 만들었고, 인공뼈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벌침은 젖소 유방암 치료제로 쓰이며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재료도 중국의 팔각나무 씨다. 농촌은 치료농업, 힐링농업, 관광농업에 눈을 뜨고 있다. 농업을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을 모두 합친 6차 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농업은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어떤 산업과도 융합될 수 있다. 창조경제의 중심이 될수 있다는 의미다.

→식품산업에는 골목 영세상인이 특히 많다. 상생(相生)의 측면에서 중소 식품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2011년말 음·식료 제조업체의 92.1%가 종업원 10명 이하의 영세업체다. 음식점 중에는 종업원 10인 이하 사업장이 97.6%다. 어느 분야보다 상생발전이 중요하다. aT는 해외 농산물을 수입해 비축했다가 중간 상인을 통해 국내에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공매라고 부르는데, 특별한 기준이 없어 대부분 큰 업체가 대량으로 사다가 시중에 팔았다. 중소기업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공매 제도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영세 식품업체를 위해 식품기업협의회를 만들어 광고, 마케팅, 경영, 세제 등 많은 부문에서 전문가들이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한 알로에 음료 업체는 aT의 영세기업 해외 박람회에 잇따라 참여해 보따리 장사 수준에서 중견 수출기업으로 성장했다.

→한·중 FTA 협상이 진행되면서 농업 분야에 대한 우려가 많다.

-농산물의 개방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은 수출이라고 보고 있다. 공격에는 공격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에는 우리나라가 농산물을 수출하는 선진국들이 소비 부진을 겪었고, 특히 엔화 약세에 일본 수출이 힘들었다. 하지만 상반기 수출은 27억 80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6% 증가했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2011년보다 1.3% 줄었지만, 농식품은 4% 증가했다. 우리 농식품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다. aT는 한류 열풍을 농식품 수출과 연결시키기 위해 지난 6월 상하이 코리안 푸드 페어를 개최했으며 베트남, 미국, 홍콩 등 세계 전역에서 계속 열 계획이다.

→현재 중국 농산물 무역적자를 볼 때 수출로 중국의 공세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지난해 대중국 농식품 수출액은 12억 8000만 달러였고, 수입액은 53억 달러였다. 40억 달러 이상의 적자가 났다. 이런 상황을 단번에 뒤집을 수는 없지만 노력을 멈추어서도 안 된다. aT의 대 중국 농수산물 수출 전략은 고품질·고부가가치 제품, 중서부 내륙시장 개척, 온·오프라인의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로 정리할 수 있다. 내년 3월에 aT의 칭다오(靑島) 수출전진기지 물류센터가 완공된다. 고품질 냉장·냉동식품을 수출할 수 있고, 물류비가 절감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 주도의 수출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간 수출 100억 달러를 기점으로 민간 영역이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명박 정부 초기 48억 달러였던 농수산물 수출액은 지난해 80억 달러까지 늘었다. 2~3년 안에 1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100억 달러 수출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업은 비싼 원자재가 필요한 반면 농업은 씨를 키워 열매를 따는 산업이다. 수출액의 대부분이 순이익이라는 의미다. 수출 100억 달러가 넘으면 정부가 나서서 농산물 포장까지 일일히 보완하는 시대는 끝날 것으로 본다. 민간 영역에 의해 수출 품목이 다양화되면서 수출액도 지금보다 더 빠르게 늘 것이다.

→농업이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농민은 전체 인구 중 2.6%에 불과하다. 하지만 식품 가공, 유통, 수출 인구까지 합한 ‘애그리 비즈니스’ 인구는 전체 인구의 18%에 이른다. 농업 생산이 아니라 생산 이후의 산업들이 발전하면 일자리는 크게 증가한다. 우리 공사가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 사명을 바꾼 것도 식품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정리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1957년 경북 영양 출생 ▲경북고, 경북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중앙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21회 ▲농림수산부 시장과장·국제협력과장·식량정책과장·농업정책과장, 농림부 농산물유통국장·농업연수원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장, 농촌진흥청장,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2013-08-12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121년 역사의 서울신문 회원이 되시겠어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