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료원 이전’ 의료공백 어쩌나…강북주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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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4-03-10 10:32
입력 2014-03-10 00:00

환자 중 의료취약계층 68%…”대체 의료시설 마련해야”

반세기 이상 서울 강북 주민을 위한 ‘서민 병원’ 역할을 한 중구 을지로6가 소재 국립중앙의료원의 서초구 이전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중구를 중심으로 의료 서비스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와 보건복지부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 달이 넘도록 대책을 고심 중이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이견이 커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환자 대다수 의료취약 계층…”서민들은 어디로”

10일 중구 등에 따르면 의료원의 서초구 원지동 신축·이전 계획은 의료 서비스 공백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지난 1월 국회가 오는 2018년 건물 완공을 목표로 이전 예산 165억원을 확정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전 예산이 정해진 것은 시가 2003년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책으로 의료원 원지동 이전계획을 발표한 지 11년 만이다.

서초구와 의료원은 원지동 이전으로 공공의료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반색하고 있지만 중구 등 인근 자치구들은 지역 서민을 위한 의료 서비스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환자 50만5천여명 중 65세 이상 노인, 의료급여 대상자, 노숙인, 장애인 등 의료취약 계층은 34만3천여명으로 전체의 68%에 달했다.

특히 외래환자 중 종로·성동·중구 등 강북 지역 주민 비중이 56%를 차지해 대체 의료시설 없이 이전하면 지역사회 서민의 건강권 침해가 불 보듯 뻔 하다는 것이 중구와 주민들의 주장이다.

입원 중인 어머니 병문안을 위해 의료원을 찾은 황모(27·여)씨는 “돈 없는 것도 서러운데 치료를 받자고 강남까지 가야 하나”라며 “강북 주민들에 대한 혜택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외래 환자인 60대 정모씨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라 정부에서 받은 돈으로 병원에 다니는데 이 병원에는 나 같은 사람이 아주 많다”며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운데 강남까지 어떻게 다닐 수 있겠나”고 토로했다.

중구(구청장 최창식)와 종로구(구청장 김영종)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립중앙의료원 앞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이전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철회 추진협의회’는 그동안 주민 4만5천723명의 서명부를 구청장들에게 전달했고 두 구청장은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에 이를 전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 시·복지부 “의료공백 공감하지만…문제는 예산”

의료원 이전을 추진 중인 복지부와 시는 강북 지역 의료 서비스 차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예산 문제 탓에 두 달이 넘도록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역 주민을 위한 서비스인 만큼 시와 중구가 의료 서비스를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자치단체는 예산 문제를 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의료원 부지 내에 있는 ‘스칸디나비아 의사 숙소’ 문제도 복지부와의 협상 타결을 더디게 하는 걸림돌 중 하나다.

시는 1958년 의료원을 세운 스칸디나비아 의사들의 숙소가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며 근대 건축물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복지부는 부지 매각 가치를 높이려면 숙소 건물을 이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1월부터 지금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시와 협의를 했지만 아직 뚜렷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의료수요 등 현황을 보고 한 달에 두 번씩 계속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의료원은 지난 50여년간 지역 주민의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저렴한 장례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서민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며 “대책 없는 이전은 의료취약 계층에 대한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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