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규제·청년수당·제로페이… ‘박원순표 정책’ 차질 불가피

황비웅 기자
수정 2020-07-13 01:09
입력 2020-07-12 18:12
서울시 기존 사업들, 불투명한 미래
12일 만난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진 서울시가 기존의 정책을 끌고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안타깝지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모든 정책은 제자리에 멈출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10일 박 전 시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그가 강하게 밀어붙였던 그린벨트 해제 반대와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 부동산 정책뿐 아니라 청년수당과 제로페이 정책,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 등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일 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서정협 행정1부시장은 “서울시정은 안정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 전 시장의 시정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서 권한대행이 앞으로도 박 전 시장의 시정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아 ‘박원순표’ 정책의 연속선상에서 시정을 이끌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년 4월 보궐선거 때까지 9개월간 서울시를 이끌 서 권한대행이 박 전 시장과 같은 정치력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전 시장은 2011년 10월 취임 이후 3180일 동안 자신의 생각을 서울시정에 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새로운 조직을 구성해 외부인사들을 영입하기도 했고 공무원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구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박 전 시장이 구현한 정책들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최근까지 박 전 시장이 강조해 온 그린벨트 해제 반대와 재건축·재개발, 층고 35층 규제가 한발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은 지난 6일 민선 7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 놔야 할 보물과 같은 곳”이라며 그린벨트 유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당장 ‘부동산 폭등’을 잠재워야 하는 정부와 여권은 그린벨트 해제로 아파트의 공급 확대가 절실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박 전 시장과의 비공식 면담에서 ‘그린벨트를 풀어 달라’고 요구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박 전 시장이 대선의 승부수로 띄우려던 ‘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 역시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2조 6000여억원을 투입하는 ‘서울판 그린 뉴딜’ 등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의 대표정책으로 자리잡은 청년수당과 제로페이 정책, 광화문 재구조화 정책 등도 추진 동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2020-07-13 1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