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심리 건강 지킨다… ‘코로나 블루’ 보듬는 이웃들

문경근 기자
수정 2020-12-08 10:03
입력 2020-11-24 20:16
서울시 ‘건강생태계 사업’ 제 역할 톡톡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제공
●코로나 장기화로 ‘심리 방역’ 중요해져
성북구에서 활동하는 채찬영(56)씨는 “단순히 물품을 전달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주민이 이웃의 안부를 묻고 건강을 챙기는 지역사회의 마실친구가 돼 서로 돌보는 것”이라고 했다. 조모(71·장위동)씨는 “가족도 미처 돌보기 쉽지 않은 노인들에게 한 주가 멀다 하고 찾아주고 관심을 가져 주니 더없이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은평구도 지난해 건강생태계 사업 중 하나인 ‘건강돌봄학교’를 수료한 지역주민들로 ‘건강돌봄자원활동단’을 꾸렸다. 정기적 자원활동모임인 ‘활짝’, 부정기적인 ‘반짝’, 돌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단짝’이 활동한다. 활동단은 치매노인과 보호자를 위한 ‘서로돌봄카페’를 지난 7월 열었다. 카페는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연서로 15길 8의 ‘전환마을 밥풀꽃’에서 운영된다. 지역의 치매노인과 보호자, 70대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모두 함께 어우러진 ‘서로 돌봄’을 추구한다. 관절가동운동, 치매예방 건강박수, 어르신과의 대화 및 간단한 게임, 만들기 놀이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치매환자와 보호자를 포함한 지역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성동구도 코로나로 대인 관계가 끊어진 주민들을 위해 실외에서 ‘몸살림’ 운동을 할 수 있는 ‘서울숲모여라’ 프로그램을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운영하고 있다. 탁 트인 야외에서 자연에 몸을 맡기며 스트레칭과 이야기 있는 걷기 운동을 한다. 모임을 주도하는 이안나(50)씨는 “코로나로 인해 실내에서 했던 운동이나 인간관계가 금지됨에 따라 야외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고 시도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관이 협력하는 서울시의 건강생태계 조성사업이 사회계층과 세대 간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고 있다. 주민이 중심이 돼 지속가능한 지역형 건강증진사업을 할 수 있게 지자체가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단순히 구 보건소에서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는 차원이 아닌 다양한 건강 문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해 나가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자원들과 연계함으로써 민관 협력 기반이 구축된다. 이 사업은 2015년 초기엔 성북·성동·도봉·금천구 등 4개 자치구에서 시작했으며 현재 관악·강동·서대문 등 11개 자치구로 늘었다.

하지만 예산 규모가 사업의 중요성에 비해 작은 게 문제다. 한 해 예산이 2015년 2억원에서 출발해 올해는 5억 9800만원에 그쳤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전체 예산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자치구에서 사업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코로나로 심리 방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에도 예산이 적어 아쉽다”고 말했다. 민앵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도 “사업의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구 보건소 등 지역 내 공공의료기관과 돌봄서비스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건강생태계조성사업은 시민 간 더욱 밀착하며 돌봄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주민참여형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20-11-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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