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텃밭서 취업교육 교실·강당서만 하란 법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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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수정 2015-09-25 01:24
입력 2015-09-24 18:18

서울 영등포구 도시농업 교육

“구청장님, 이 토마토 제가 키운 거예요. 완전 맛있어요.”(발달장애인 박모씨)

“아이고, 잘 키웠네요. 다음에 토마토 따면 나도 하나 가져다줘요. 약속!”(조길형 영등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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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오른쪽)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발달장애인과 함께 24일 자원순환센터에 있는 텃밭에서 고구마 순을 따고 있다.
조길형(오른쪽)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발달장애인과 함께 24일 자원순환센터에 있는 텃밭에서 고구마 순을 따고 있다.
24일 오전 조길형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발달장애인 취업교육 현장을 찾았다. 그런데 수업 장소가 좀 이상하다. 교실이나 강당이 아닌 자원순환센터 한쪽에 자리잡은 텃밭이다. 조 구청장은 “독일 등 선진국들이 발달장애인들에게 농업교육을 시키는 것에 착안해 시행하게 된 것”이라면서 “농작물을 직접 키우면서 성취감과 함께 자신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효과가 있어 바리스타, 제빵, 서비스, 사회적응교육 중간에 도시농업교육을 끼워 넣은 것이다.

이날 발달장애인들은 자신들이 키우는 밭에 물을 주고 직접 딴 깻잎을 크기에 따라 분류해 포장하는 작업까지 마쳤다. 이 깻잎은 사회적기업을 통해 판매하고 수입은 발달장애인 개인 통장으로 들어간다. 강모(22)씨는 “통장에 100만원도 넘게 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그냥 직업훈련을 1시간이라도 더 받는 게 낫지 않을까. 구 관계자는 “발달장애인 취업교육에 있어 기술 습득보다 중요한 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면서 “특히 작물 하나를 수확하고 나면 아이들이 한층 활발해지고 적극적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이 덕분인지 영등포구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콘래드호텔과 이화여대 등에 19명의 발달장애인을 취업시켰다.

구는 취업교육의 하나인 도시농업 프로그램을 확대해 발달장애인 귀농지원교육으로 만들 계획이다. 한 발달장애인 학부모는 “바리스타교육이나, 제과제빵교육보다 아이들이 재밌어하는 게 눈에 보인다”면서 “사실 도시에서 우리 아이가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귀농도 고민하고 있는데 연습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조 구청장은 “발달장애를 가진 친구들은 갑작스럽게 바뀌는 상황에 대한 대응은 늦지만 가르쳐 준 것을 반복해서 열심히 하는 것은 비장애인들보다 낫다”면서 “지방의 자치단체나 농업교실 등과 연계해 농업기술을 가르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5-09-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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