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핫 플레이스] 하나 둘, 주민 필요따라 바꾸자 하나 둘, 동네가 예술이 되었다
최지숙 기자
수정 2016-06-23 18:33
입력 2016-06-23 18:22
강동구 ‘천호·성내 문화예술 거리’

천호·성내 문화예술 거리의 출발점은 성내동 ‘강풀 만화거리’였다. 강 작가의 ‘당신의 모든 순간’을 그린 벽화 앞에서 최근 이해식 강동구청장을 만났다. 뜨거운 볕을 피할 생각도 않고 그는 골목골목의 벽화와 스토리를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림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방문객이 많아서 좋은 것일까. 이 구청장은 “둘 다 아니다. 우리 주민들이 좋아한다. 그래서 기쁘다”며 웃었다.





강동구는 강풀 만화거리를 시작으로 성내동 주꾸미 골목, 천호동 로데오거리와 문구·공구 거리, 한강변을 잇는 문화예술 거리를 완성해 가고 있다. 모든 것은 각 지역 주민들의 주도로 이뤄진다. 이 구청장은 “시간은 걸리지만, 인위적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공동체와 상권이 형성되니 소위 말하는 ‘부작용’이 없다”며 웃었다.
성내동의 명물이 된 ‘주꾸미 골목’도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 언제부턴가 하나둘 주꾸미 가게들이 들어서더니 입소문을 타고 찾는 이가 많아졌다. 구에서는 이 명물 골목의 성공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구는 다음달까지 주꾸미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간판을 제작해 입구에 설치하고 올 8월 공식적인 개장식을 열 예정이다. 테이프 커팅식과 각종 행사로 주민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천호·성내 문화예술 권역의 하나인 음식문화 명소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길 건너 천호동엔 로데오거리와 문구·공구 거리가 있다. 그러나 성내동과 천호동을 이어 주는 지하보도는 어둡고 음침한 느낌 때문에 이용자가 뜸했다. 그래서 구는 지하보도 역시 문화예술 공간의 하나로 어우러지도록 새로 단장했다. 기본계획과 디자인 단계부터 주민협의체를 구성, 의견을 수렴했다. 그렇게 천호지하보도는 ‘문화갤러리 오르락() 내리락’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와 누구나 칠 수 있는 피아노, 강동의 특징과 만화거리 등을 알리는 게시판 등 어두웠던 지하보도는 재밌고 볼거리 많은 이색 공간으로 재구성됐다. 주민 송영화(65·여)씨는 “우선 여자들이 다니기에 안전하고 노인들도 오다가다 볼거리가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도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전했다.
지하보도를 나가면 천호 ‘로데오거리’가 펼쳐진다. 밤이면 젊은이들로 북적대는 곳이다. 의류, 잡화, 카페 등 없는 게 없고 가격대도 저렴해 부담 없는 쇼핑 천국이다. 여기서 천호역 1번 출구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곳에 ‘천호 문구·완구 거리’가 있다. 서울에서 가장 큰 문구·완구 도매거리인 창신동에서 이주해 1980년대부터 조성된 역사 깊은 곳이다. 주로 도매 위주지만 정상 가격에서 30~40% 할인된 가격에 소매로도 판다. 자녀의 손을 잡고 다니는 부모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로데오 거리 인근의 ‘천호 공구거리’는 20년 전 청계천 상가 정비에 따라 이전하며 형성됐다. 각종 공구와 기계장비를 수리, 판매하고 있고 차량 부품을 파는 상점도 혼재돼 있다. 80여개의 상점이 230m 정도 늘어서 있다. 구는 완구거리와 공구거리에 각각 상인회를 만들고 특화 거리로 육성, 지원할 예정이다. 이 구청장은 “거리가 고유의 특색을 잃지 않고 성장해 하나로 연결된다면 더 큰 시너지가 난다”면서 “주민이 원하는 도시재생이 이뤄지도록 강동구가 최선을 다해 거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6-06-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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