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야, 이제 하늘나라서 썰매 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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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2-07-05 00:34
입력 2012-07-05 00:00

능동 어린이대공원 스타 29살 수컷 북극곰 숨져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바다동물관의 빅스타로 12년간 터줏대감 노릇을 한 북극곰 수컷 ‘썰매’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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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썰매’
북극곰 ‘썰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2일 썰매가 심장 근육 출혈로 숨졌다고 4일 밝혔다. 공단은 정확한 사인을 캐기 위해 건국대 수의과대학 병리학팀과 공동으로 부검을 실시하고 있다. 북극곰의 수명이 보통 25년인 점을 감안하면 29세인 썰매는 천수를 누린 셈이다. 하지만 1970년대 인기 코미디언 남철, 남성남 콤비를 연상케 하는 ‘왔다 갔다’춤과 힘찬 팔다리 놀림, 자맥질로 사랑을 듬뿍 받았던 썰매의 죽음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오랜 배우자인 ‘얼음’과의 사이에서 2세를 생산하지 못해 더하다.

썰매는 2001년 3월 경남 마산 돝섬유원지 폐쇄 때 올해로 17세인 얼음과 나란히 둥지를 옮겼다. 이후 사육사들은 썰매와 얼음 부부의 2세 출산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끝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올봄엔 둘의 남다른 애정 행각으로 큰 희망을 품었으나 썰매는 끝내 후손을 남기지 않은 채 쓸쓸히 눈을 감았다. 이로써 국내 북극곰은 얼음과 용인 에버랜드의 한 쌍, 대전동물원의 수컷 한 마리를 합쳐 네 마리로 줄어들었다. 북극곰은 국제적 멸종 위기 동물로 각 나라에서 반출을 엄격히 통제해 국내엔 매우 귀한 존재다.

어린이대공원은 배우자를 잃고 혼자 남은 얼음이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을 우려해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행동과 섭생을 예의 주시하고 얼음 속에 동태와 같은 바닷고기나 닭고기 등을 넣은 특별식을 많이 주기로 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12-07-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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