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1동 주민 그 흔한 재개발보다 북카페를 원했다
수정 2012-10-09 00:28
입력 2012-10-09 00:00
도봉구 주민참여 사업… 동네 북카페 ‘빛’ 개관
지하철 1호선 방학역에서 나오면 고층 아파트 단지를 앞세운 제법 부티 나는 동네가 눈에 들어온다. 다시 사거리 하나를 조금 지나면 다세대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좁은 도로에서 차와 행인들이 뒤엉키는 동네와 마주치게 된다. 분위기가 전혀 다른 동네로 보이지만 똑같은 도봉구 방학1동이다. 지역 격차로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던 다세대 밀집 지역 골목에 최근 작지만 아주 특별한 북카페 ‘빛’이 문을 열었다.
방학1동 주민들은 재개발을 요구하는 대신 마을 만들기를 통한 대안을 모색했다. 지난 2월 마을 만들기 추진단을 구성해 4월까지 마을 만들기 씨앗 뿌리기 강좌로 뜻을 모아 나가는 한편 5~6월에는 거의 매일 카페 준비를 위해 논의했다. 7월 서울시 마을 공동체 지원 사업인 ‘우리 동네 북카페 조성 및 운영’ 공모에 선정돼 공사를 거친 끝에 카페 ‘빛’이 탄생했다.
특히 건물 소유권을 가진 ‘산돌 여성의 집’이 무상 임대를 해주지 않았다면 이처럼 보물과도 같은 카페를 만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개관식에 참석한 이 단체 유미옥 대표는 “1985년 월곡동에 최초로 공부방 운동을 시작했던 산돌교회가 2001년에 이사오면서 마련한 방과 후 교실이 카페로 진화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얀색 2층짜리 건물 한쪽에 나무로 멋을 낸 북카페에 들어서면 작은 방이 여럿 눈에 띈다. 남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게 한 배려다. 1000~2000원에 커피와 음료를 마실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커피를 들고 햇볕이 잘 드는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 낮잠을 청해도 좋다.
10대1의 경쟁을 거쳐 구민 카페지기도 2명 뽑았다. 이들은 하루 다섯 시간씩 번갈아 일한다. 카페지기 정상민씨는 “언제라도 찾아와 책을 끼고 앉아 이웃이나 가족끼리 수다도 떨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주민 활력소가 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2-10-0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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